식약처, 식품위생법 개정 움직임 본격화…전통주협회 반대 목소리
업체 대부분 영세…비용부담 우려, 수출시 대상국과 문제 생길수도


내년부터 추진될 계획인 주류제품의 영양표시 의무화 방침에 대해 주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규모가 영세한 업체들이 많은 전통주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무화에 따른 추가 비용 소요와 함께 자가품질 검사 여건 등이 미흡해 여러모로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전통주업계는 정부 측에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향후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어 향후 국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공식품에 대한 영양표시(원재료, 함량정보, 열량)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에 맞춰 내년 주류제품의 영양표시 의무화를 추진 중에 있다. 지난 7월 관련업계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하반기 주류 영양표시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주류 영양표시 의무화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으로,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한 법제화 수순을 단계적으로 밟고 있다.

주류 안전관리 업무가 2010년 국세청에서 식약처로 이관됨에 따라 주류제품도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식품에 준하는 식품 표시 기준이 내년부터는 주류 제품에도 적용될 방침인 것이다. 주류 영양표시 의무화 개정안의 내년 시행을 위해서는 법제처에서 설명하는 정부입법절차에 따라 입법예고에 약 40~60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는 10~11월 중에 입법예고가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양표시 의무화 시행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 등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전통주업계가 정부에 관련 입장을 전달, 제도 개정의 부당성을 알리는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여 제조장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전통주진흥협회는 지난 18일 식약처에 해당 입장을 담은 질의서를 전달했다.

이에 따르면 협회는 주류 영양표시 의무화 실시를 위해서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국세청의 품질관리제도 및 식약처의 실사 외 추가의 영양성분 분석 검사가 필요하며, 이에 따라 추가적인 영양성분 검사 비용 및 영양표시를 위한 라벨 변경비용, 라벨의 내용 추가에 따른 디자인 비용 등의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세한 업체의 비중이 높은 전통주 업계의 특성상 대부분의 업체가 규모가 작아 자가품질 검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업체가 거의 없으며, 이에 따라 전통주 업체들에게 주류 영양표시를 실행하기 위한 비용은 규모가 비교적 큰 타 주종의 제조업체들에 비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협회는 전 세계적으로 살펴볼 때 주류의 영양표시를 국가가 강제하는 나라는 찾기 어려운데다 수입 주류의 경우 적용 여부에 따라 외교 통상 마찰 또는 국내 주류와 수입 주류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류 산업의 내수 시장에서 성장은 한계가 있어 수출 진흥이 필연적인데, 타 국가에서 시행하지 않는 주류 영양표시로 인해 수출 과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이 같은 입장 전달 이후 정부의 답변서가 도착하면 회원사 및 비회원 주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주류 영양표시 반대 성명서 및 반대 의견을 수렴해 식약처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관련 정부부처 및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주류 영양표시 반박 자료 등을 발송하는 등 본격적으로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당장 주류 영양표시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은 경영 악화 등에 허덕이고 있는 전통주업체의 현실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침”이라며 “이는 식품규제 정책의 의의에도 부합되지 않으며, 정부의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에 근거한 전통주에 대한 지원정책 방향의 대척점에 있는 불필요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