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회장 조충훈 순천시장)가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지자체에 대한 복지비 부담을 줄여주지 않을 경우 기초연금, 영유아무상보육 등 정부의 복지사업을 더 이상 진행하기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이 시점에서 기초자치단체장들의 ‘복지 디폴트(default·지급 불능)’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국민 최저생활 보장을 위한 보편적 복지는 꼭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국가차원의 업무로,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옳다. 더욱이 지방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필수불가결하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자치단체의 사회복지비 연평균 증가율은 11%에 이른다. 지난해 무상보육이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올 7월부터는 기초연금이 시행되면서 연평균 1조4000억원의 복지비가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자치단체의 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전남도는 올해 전체 예산이 5조803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150억원이나 줄었다. 하지만 복지분야는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1조9172억원이 책정됐다. 도시권인 광주광역시의 경우 1995년 61.0%에 이르던 재정자립도가 올해 36%로 추락했다. 부족한 예산을 지방채 등으로 충당하다 보니 채무도 8000억원에 이른다. 지자체마다 빚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예산고갈이 복지분야 이외 일반사업에도 차질을 빚는다는 것이다. 예산이 없다보니 지자체 자체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농업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전남지역 지자체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 자체수입으로는 공무원 월급조차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많은 사업이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편적 복지는 꼭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든 지자체든 누군가 감당할 수 있을 때 얘기다. 당면해서 정부는 지방재정 운용에 대한 정밀점검에 나서야 한다. 국고보조율을 올리든 지방소비세율을 확대하든 확실한 처방이 필요하다. 복지라는 명분에 치여 지역농업이 위축돼선 안 될 일이다.

안병한 기자 전남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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