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로컬푸드 유승목 대표

▲ 유승목 대표가 김포로컬푸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농산물을 소개하고 있다.

농민 이름 걸고 일일판매
상품성 따지던 소비자들
맛을 보고는 충성고객 돼
농산물 공동가공 추진되길


“로컬푸드는 유통이 아니라 소통입니다.”

2012년 12월 김포시에서 운영하는 엘리트농업대학 졸업생 5명이 의기투합해 문을 연 김포로컬푸드 매장은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역농산물을 철저하게 고집하다보니 원스톱 쇼핑이 어렵고, 이마저 재고가 없으면 판매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매장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방문할 만큼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비결은 지역농민들과 소비자들 간의 ‘소통’이라는 게 유승목(49) 김포로컬푸드 대표의 생각이다.

“우리 매장에선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무농약이상 친환경인증 채소만을 취급하고, 타지역 농산물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생선의 경우 김포지역에선 생산이 안 되다보니 김포지역의 중소업체가 가공한 제품만을 판매합니다. 물론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여부에 대한 의향을 물어 동의를 구했습니다.”

김포로컬푸드 매장이 도시와 농촌, 소비자와 농민의 소통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작지만 큰 변화들이 생겨났다. 한 품목 생산을 고집하던 농민들은 소비자 니즈에 따라 다양한 품목의 농산물을 생산했고, 소비자들은 상품성보다는 농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일일판매를 원칙으로, 농민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고 진열도 직접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만큼 농산물의 안전성에 더 신경을 쓰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농산물을 재배하기도 하죠. 소비자들도 처음에는 상품성을 따졌지만, 맛을 보고는 우리 매장의 충성고객이 됐습니다. 한번은 물 관리를 잘못해 물러 터진 토마토를 판매했는데, 신기하게도 완판이 됐습니다. 재배농민의 사정을 듣고 모두 구매해준 것이지요.”

김포로컬푸드 매장이 인기를 끌면서 인근에만 2개의 로컬푸드 매장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로컬푸드 붐이 일고 있지만, 이에 따른 정책과 제도는 뒤쳐져 있기만 하다.

“현재 건고추를 판매하고 있지만, 고춧가루는 판매하지 못하고 있어요. 로컬푸드 매장은 농민들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걸고 하는 만큼 식품사고 발생률이 낮을 수밖에 없고 안전합니다. 로컬푸드 매장을 중심으로 농산물을 공동 가공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되길 바랍니다.” 농산물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좀 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야 로컬푸드 붐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 대표는 로컬푸드를 생산하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등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통마진을 없애기 위해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었는데, SNS와 인터넷상에 새로운 형태의 유통상인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농산물 판로확대에 긍정적인 요소가 있지만, 좀 더 공익적인 단체에서 인터넷 홍보 등을 대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컨설팅업체나 홍보대행업체가 끼어들면 유통단계를 줄인 로컬푸드의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로컬푸드 매장 설립을 준비할 당시 유 대표의 꿈은 대통령이 찾아오는 성공한 매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꿈을 실현한 그의 다음 목표는 농민이 살맛나는 세상이다.

“로컬푸드는 농민들이 자기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포로컬푸드 매장을 정착시켜 지역농민들이 주인이 되고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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