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의 종료와 함께 독일이 패전할 당시 한 사회학자는 독일인들의 지하방 탁자 위에 있는 ‘꽃 한 송이’를 보고 독일의 재건을 확신했다고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탁자 위에 꽃 한 송이를 놓아둘 수 있는 민족이라면 희망이 보인다’면서.

이 사회학자의 예견대로 독일은 재건을 넘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 됐다. ‘꽃 한 송이’의 위력은 정말로 대단했던 것 같다.

사실 그 어떤 말보다 꽃 한 송이가 더 위로가 되고 힘을 주기도 한다. 꽃이 단순히 바라보고 끝나는 관상용을 넘어 좋은 ‘치유’의 수단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유독 많은 아픔을 겪고 있는 우리들에겐 ‘꽃 한 송이’의 힘이 간절하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특히 올해엔 꽃 한 송이를 통해 꽃을 받는 이들뿐만 아니라 화훼농가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 치유가 될 수 있다. 올해 한 해 만큼 화훼농가들이 힘겨워하는 적이 있었을까 여길 정도로 정말 화훼농가들에게 최악의 한 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여파에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최근엔 부산·경남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이 지역의 화훼주산지가 큰 피해를 받았다. 또 올 가을 이후엔 중국 화훼주산지에 국화 등 화훼 생산량이 급증할 것이란 예고가 있고, 지난해 국내 화훼 시세도 나쁘지 않아 수많은 중국산 꽃이 들어올 것이란 암울한 소식도 들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가을 윤달도 화훼농가들에겐 악재로 등장할 것 같다.

올 가을은 화훼농가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꽃’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번 가을, 사랑하는 연인에게, 고마운 부모님에게, 존경하는 선생님께, 우정을 나누는 친구들에게 ‘꽃 한 다발’ 안겨줄 수 있는 그런 풍경이 곳곳에서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정부에서도 이런 소중한 꽃이 중국산이 아닌 우리 농가들이 재배한 국산 꽃이 될 수 있도록 부적절하게 들어오는 수입산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원산지표시제 강화 등 정책에 힘을 실어주길 기대한다.

최근 ‘꽃보다 무엇’이라는 문구가 인기다. 그런데 꽃보다 무엇이 아닌 ‘무엇보다 꽃’이 필요한 시기다.

농업부 유통팀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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