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발생한 침수피해로 영광군이 시끄럽다. 하천 제방이 무너졌을 땐 도지사부터 관련기관까지 빠른 복구와 피해지원을 약속했는데, 불과 10여일이 지난 지금은 해당기관들이 과실을 따지는데 여념이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해 농민들은 ‘인재’라 주장하고, 해당 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는 ‘천재’라 얘기하고 있다. 이미 경찰조사까지 진행 중인 사안으로, 한국농어촌공사측 얘기가 농민들에게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피해가 발생한 영광군 법성면 일대는 바다와 접하고 있고, 지대가 낮은 지역이다. 이번에 둑이 붕괴된 와탄천 지류도 바다와 불과 4㎞~5㎞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즉, 지역적 특성상 평소 하천의 보를 닫아 농업용수로 활용하고, 바닷물이 들어오는 만조시에는 하천에 설치된 보의 수문을 열어줘야 한다. 그래야 폭우가 쏟아져도 하천범람이나 농경지 침수를 막을 수 있다.

17~18일 사이 영광군 일대에 내린 비의 양은 251㎜다. 이 정도 비는 예전에도 자주 있었지만 이번처럼 하천이 범람하거나 둑이 무너진 경우는 없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수문을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측이 수문을 늑장 개방한 것 아니냐고 따지고 있다.

그런데 수문개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CCTV자료가 사라졌다. 연휴기간(15~17일) 동안 시스템 오류로 녹화가 되지 않았고, 18일 새벽 4시부터만 정상적으로 녹화됐다는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이런 주장이 100% 사실이더라도, 농민들의 의심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공은 경찰로 넘어갔다. 18일 새벽 4시 이후 실제 수문이 모두 개방됐는지, 혹 CCTV를 고의로 삭제했는지 등 현재 논란이 되는 모든 것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농업인에 대한 신속한 복구와 피해지원이다. 시시비비를 가리다 정작 농업인 피해지원이 늦어져선 안된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피해주민에 대한 지원을 서두르고, 추후 사고원인이 규명된다면 해당 기관에 구상권을 청구하면 될 것이다. 최상기 기자 전남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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