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서 남한산성 벌꿀농장 대표

▲ 경기도 성남시에서 벌꿀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명서 씨. 50여년 간 양봉업에 종사해 온 그는 벌꿀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진짜가 없다’ 깊은 불신으로 사양꿀 구입 현실 안타까워
설탕·물엿 사용 전무…과학적 분석방법 홍보 강화 필요
천연벌꿀 새로운 기준 마련 시급·‘사양설탕꿀’로 표기를


“소비자들이 벌꿀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게 가장 안타깝죠. 벌꿀 등급제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젠 소비자들이 우리 꿀을 신뢰하고 찾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명서 남한산성 벌꿀농장(경기도 성남시 소재) 대표 말이다. 그는 50여년 간 양봉업에 종사해 온 이 분야 베테랑이다. 정부와 양봉협회 등에서 벌꿀 등급제를 도입, 등급이 매겨진 벌꿀을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됐지만, 벌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농장을 방문했을 때 그는 벌꿀 검사 성적표를 보여줬다. 탄소동의원소 분석 값 ‘-24‰’. 설탕이 전혀 섞여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보통 설탕의 탄소동의원소 분석 값은 ‘-11.0‰’, 물엿은 ‘-9.0’을 나타낸다. 또 탄소동의원소 분석 값이 ‘-18‰’이라면 천연꽃 꿀과 사양설탕 꿀이 50:50으로 섞여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양봉산업이 수많은 공익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벌꿀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깊어 양봉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서 대표는 “우리나라 꿀엔 ‘진짜’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럴 바엔 가격이 싼 사양꿀을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 같다”며 “밀원 식물에서 얻어진 벌꿀과 인위적으로 생산된 설탕이나 물엿은 다 같이 단맛을 내지만, 탄소동위원소 검사를 통해 과학적으로 진짜 벌꿀을 가려낼 수 있고, 이러한 과학적 검사를 거치도록 만들어진 게 벌꿀 등급제다”라고 말했다.

이명서 대표도 양봉협회에서 추진하는 벌꿀 등급제 사업에 참여 자신이 생산한 벌꿀에 등급 라벨을 붙여 판매하고 있는 상태다. 소비자 불신을 해소하는 방법은 과학적인 데이터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 대표는 “벌꿀 검사를 의뢰하면 검사관이 나와 시료를 채취한 뒤 벌꿀 통을 밀봉하고, 검사 후 등급이 매겨지면 소분 포장한 뒤 검사관이 직접 벌꿀 등급 라벨을 붙이게 된다”며 “과학적인 분석 방법으로 진짜 벌꿀을 가려내는데 아직도 소비자들에겐 널리 홍보가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양봉산업에 대한 그의 애착은 남다르다. 그는 “다양한 밀원 식물들이 분비하는 꿀과 화분은 시간이 지나면 비바람에 씻겨 없어지는 자원으”이라며 “양봉산업은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는, 즉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는 산업”이라 말했다.

하지만 벌꿀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 그는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양봉이 서양에서 들어온 벌을 키우는 것쯤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며 “토종꿀이라는 명칭 때문에 이를 헷갈려 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그만큼 양봉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벌꿀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를 위해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명서 대표는 “현재 식품공전에는 전화당이 60% 이상이면 벌꿀이라고 보는데 이는 오래된 기준으로 천연 벌꿀을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또 밀원수에서 생산된 벌꿀과 차별을 두려면 사양꿀은 ‘사양설탕꿀’로 표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양봉산업의 봉산물인 꿀과 로얄제리, 화분, 프로폴리스, 봉독 등은 인류 건강에 이바지하는 중요한 산물이며, 벌을 통한 수분 매개로 농작물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공익적 가치는 봉산물에 123배나 된다”면서 “이처럼 양봉산업은 인류에게 아주 중요한 산업으로, 벌꿀 등급제가 시작된 만큼 소비자들도 우리 벌꿀을 많이 찾아준다면 양봉산업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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