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해의 짧은 주기를 놓고 보면 국민소득이 늘 수도 있고 반대로 줄 수도 있겠지만 표본을 넓게 잡으면 국민 소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득이 늘면서 소비도 증가하고 물가 역시 상승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물가 상승은 그 폭이 소득 상승과 보폭을 맞춰가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논란이 일 수 있지 소득이 늘면서 그것과 비례해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넓은 표본으로 봤을 때 국민 소득은 최근 수십 년간 계속해서 늘었기에 물가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기호식품인 스낵이나 빙과류의 예를 들면 30대의 경우 학창시절 100~200원 하던 제품이 20년 정도 지난 현재 몇 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이는 TV나 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그렇고 자동차나 집값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나 올랐느냐가 문제가 될 순 있지만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제외되는 품목이 있다. ‘농산물’이 대표적인 품목이 아닌가 싶다. 특히 올해의 경우 대부분의 작물이 낮은 시세에 허덕이고 있다. 주식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을 김치의 주재료 배추 역시 같은 상황이다.

현재 주 출하되는 고랭지 지역의 배추 농가들은 산지에서 직접 키운 배추를 폐기하고 밭을 갈아엎으며 낮은 시세를 온 몸으로 감당하고 있다. 추석 대목시장이 형성되고 있음에도 수확의 기쁨을 누릴 여력이 없다.

그런 농가들에게 최근 ‘안정’이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시세는 지난해 절반에 그치고 있는 데에도 불구, 정부에서 주요 품목 가격동향을 발표하며 배추의 경우 수급조절 매뉴얼상 ‘안정’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농가들은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그 중 한 농가는 “단지 TV나 신문에서 ‘배추 값이 상승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이 안정입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소득이 늘어도 농산물 시세는 제자리걸음이다. 어느 해엔 상승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감소한 해도 많았다. 결국 물가안정이라는 것은 농산물의 경우 예전과 같거나 낮은 시세를, 공산품은 소득 향상과 폭을 같이하는 수준에서의 상승이라는 측면에서 정부가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올해도 역시 ‘안정’은 농가들에겐 참으로 낯선 단어가 돼 가고 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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