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농산물 의무자조금 도입을 위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자조금 거출 대상자인 농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공감대 형성이 시급해 보인다. 사진은 임의자조금으로 추진한 지난해 유기데이 현장.

정부 2016년 도입, 홍보 강화·인식 전환 등 소비촉진 계획 불구 답보 
농가 의견 수렴, 거출방식·수납기관 등 논의할 공동준비위 구성 시급


친환경농산물의 소비확대를 위해 정부가 2016년부터 의무자조금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의무자조금 도입을 위해 농가들의 의식조사와 거출방법 등 논의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의무자조금 도입이 필요하다면 지금부터라도 농가들의 의견을 조속히 수렴하고 관련 절차 등에 대한 친환경농업단체와 정부의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의자조금 현황=친환경농산물은 현재 임의자조금을 시행하고 있다. 임의자조금 조성은 친환경농업협의회 회원 조합과 환경농업단체연합회의 자체 조성금에 정부의 보조금이 포함된다. 올해 임의자조금 조성액은 친환경농업협의회 회원 조합의 친환경농산물 매출액의 차등 거출에 따른 6억5000만원,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원들이 거출한 2억2000만원 등 자체 조성액 8억7000만원에 정부 지원금 4억6900만원을 포함해 총 13억3900만원이다. 이 자조금을 통해 소비촉진과 광고를 포함한 소비홍보 사업, 교육 및 정보제공 사업, 조사연구 사업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의무자조금 도입의 배경은=친환경농업단체를 중심으로 현재 실시되고 있는 임의자조금의 운영 및 거출방식으로는 친환경농산물 소비확대나 소비자의 인식전환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의 KBS 파노라마의 방영과 같은 돌발변수에는 현재 자조금 운영방식으로는 즉각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

자조금은 말 그대로 스스로 자금을 조성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조성된 자조금은 업계의 공동의 이익과 대변을 위해 사용된다. 이미 의무자조금을 시행하고 있는 한우, 한돈, 낙농, 양계 등 축산자조금이 좋은 예다.

그러나 현재 친환경농산물 임의자조금은 친환경농업협의회 회원 조합의 거출금을 대부분 사업비 명목으로 되돌려 주고 있다. 또한 환경농업단체연합회에서 거출한 자조금도 회원들의 교육에 사용되는 정도다. 이는 자조금의 본래 취지와는 배치되는 부분이다.

또한 친환경농산물 임의자조금의 현재 사무국은 농협중앙회 내에 위치하고 있다. 거출금의 약 74%를 친환경농업협의회에서 거출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농협이라는 조직이 갖는 특성상 자조금을 통해 농협의 사업방향과 다소 이견이 있다면 현재의 임의자조금 구조하에서는 한 푼도 쓰지 못할 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친환경농업단체 관계자는 “KBS 방영 이후 친환경농업계 진영 전체가 나서 집회를 하는 등 KBS 대응에 적극 나섰지만 유독 농협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현재 임의자조금을 집행하는 구조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마찬가지로 재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친환경농업단체들은 의무자조금으로의 전환을 통한 대국민 계도와 홍보를 통해 친환경농산물의 소비촉진을 위한 실질적인 자조금 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해 9월 오는 2016년까지 의무자조금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 배경은 친환경농산물 소비확대를 위해서다. 친환경농업단체가 의무자조금 도입을 요구하는 부분과 의미가 같다.

친환경농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의무자조금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농가나 농협, 친환경농산물 취급자의 설문조사에도 잘 나타나 있다.

지역농업네트워크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의무자조금 시행시 우선 추진 사업으로 ‘소비촉진 홍보’가 필요하다는 응답으로 농가들은 41.9%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농협과 친환경농산물 취급자 역시도 32.1%가 소비촉진과 홍보를 꼽았다. 이 결과는 현재 친환경농산물 소비확대를 위해서는 의무자조금 도입이 필요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의무자조금 도입을 위한 방안은=이처럼 친환경농산물 의무자조금 도입을 위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단계도 적지 않다.
정부의 방침대로 2016년까지 의무자조금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당장 의무자조금에 참여하는 농민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설문조사나 의식조사도 없다.

그나마 지역농업네트워크에서 올해 1월 발표한 친환경농산물 의무자조금 도입 방안 연구 보고서가 전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은 530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의무자조금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1.5%로 나왔다. 반면에 친환경농업협의회 회원 농협 178개소와 친환경농산물 취급자 190개소를 대상으로 한 같은 질문에서는 37.9%가 필요하다는 응답이었으며 43.7%는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따라서 의무자조금 도입이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제대로 된 설문조사나 의식조사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자조금을 납부해야 하는 주체들이 의무자조금 거출에 반대한다면 의무자조금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자조금 거출의 대상인 (친환경농업협의회 회원 조합) 조합원들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국 순회교육을 통해 의견수렴을 하고 여기에서 안이 나오고 친환경농업단체들의 의견수렴을 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의무자조금을 출범시키기 위해 자조금 거출방식과 수납기관을 어디로 정할 것이냐 등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준비위원회 구성도 필요하다.

친환경농산물의 특성상 품목이 광범위하고 출하처도 다양한 상황에서 단순히 농가들의 의견만을 물어서 진행을 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따라서 이러한 논의를 하기 위한 협의체나 공동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에 따라 의무자조금 도입에 대해 현재 임의자조금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과거 축산자조금이 임의자조금에서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보였고 인삼이 의무자조금 도입 과정에서 주관단체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면서 시행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을 볼 때 지금부터라도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자조금이 특정 단체의 전유물이나 조직의 사사로운 이익에 이용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조금을 납부하는 당사자인 농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농민들도 이제는 정부에만 기대려고 하지 말고 자주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2011년 연합회가 창립될 당시부터 의무자조금 도입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또 “의무자조금 도입이 친환경농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모두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으로 생각지는 않는다”며 “다만 농가들이 필요로 하고 있다면 도입에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종수 충남대학교 교수는 “축산분야에서 초기 의무자조금 도입에 있어 많은 시간과 갈등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조금의 주체는 실질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다. 따라서 단체들은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강조한 뒤 “자조금은 가속화되는 개방화 속에서 해당 농업인들을 대변할 수 있는 좋은 무기이다. 이미 축산분야에서 입증이 되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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