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FTA기금으로 ‘과수고품질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했는가?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산물 수입이 증가되자 국내농업을 보호하고 대외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목표였다. 이미 수년전부터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최근 일부지역 농가들에게 ‘FTA기금 과수고품질 시설현대화사업’은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과일주산지를 중심으로 고품질 과일생산과 생산비 절감,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진행됐으며, 사업자로 선정되면 관수, 관정, 무인방제, 작업로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지원조건도 보조 50%, 융자 30%, 자부담 20%로 좋은 편이다.

당초 정부는 품목별 최소 생산규모를 300ha로 한정했다. 이 때문에 전남 일부지역에선 300ha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3~4개 지자체가 연합해 추진했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부터 지원기준을 ‘선지원, 후실적의 약정이행관리(공동출하)’에서 ‘선실적, 후지원’ 방식으로 바꿨다. 즉 지원을 받고자 하는 농가에선 생산량의 일부를 반드시 유통전담조직(사실상 농협에서 담당)에 약정 출하해야한다. 약정출하량은 생산량의 80% 이상을 3년 이상 출하해야 하는데, 2014년 10%를 시작으로 2015년 20%, 2016년 이후엔 50% 이상으로 매년 증가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단일 시군에서 사업이 진행된 경우 큰 문제가 없으나 3~4개 시군이 연합한 경우 자기 지역이 아니면 사실상 출하가 힘든 실정이다. 아무래도 유통전담조직은 자기지역을 우선적으로 챙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단감과 포도에 대해 사업을 추진 중인 담양군 등 일부지역에선 출하실적이 없어, 이 상태라면 내년도 사업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젠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이 사업을 왜 추진하는지 그 근본을 다시 한 번 따져보자. 그리고 효율적인 관리감독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역특성에 맞는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최상기 기자 전남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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