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경제사업 자본금 축소, ‘신·경분리 무력화’ 빌미 우려

농협중앙회가 세종증권을 인수한데 이어 공제부문을 보험으로 전환, 사업영역을 확대키로 하는 등 종합금융그룹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제 농협중앙회가 보유하거나 관계하는 금융사업은 은행, 상호금융, 공제(보험), 증권, 선물, 투신, 카드, 자산관리 등 거의 금융 전 분야다. 이런 농협의 종합금융그룹화가 농민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중앙회 “수익력 높여 지원 강화” 주장 불구“자회사, 영리 위주 경영 불가피” 지적 높아 ▲농협자회사 현황=농협중앙회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관계회사는 모두 20여개. 교육지원부문에는 현재 농협교류센터와 농협자산관리가 있다. 농업경제부문에는 농협유통, 농협대구경북유통, 대전농산물유통센터, 농협부산경남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무역, 농협고려인삼, 삼협농산, 남해화학, 휴켐스, 농협물류 등이 있다. 축산경제부문에는 농협사료가 있는데, 올해 계육·육가공분사가 자회사로 출범한다. 신용부문에는 농협 CA 투신과 농협선물, 세종증권이 있고, 향후 공제, 카드, 자금운용분야가 자회사 검토대상이다. 농협이 인수한 세종증권은 6일 이사회에서 이름을 ‘NH투자증권’으로 바꾸기로 하고, 24일 주주총회를 열어 사명 변경을 확정할 예정이다. . ▲농협중앙회의 종합금융그룹화=농협의 신용사업은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서 독보적이다. 2005년말 현재 중앙회와 상호금융을 합쳐 총수신 규모가 200조원으로 국내 금융기관 총수신중 24%, 점포수는 중앙회 928개, 조합 4083개를 합쳐 5011개이다. 금고예금 점유비는 27조원으로 전체의 70%이고, 자본시장에서 자금운용액이 약 100조원이다. 여기에다 증권까지 인수했으니 종합금융그룹화의 조건을 거의 충족한 것.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급격한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향설정은 최근 모든 은행들이 종합금융그룹화를 추진하는데서 기인한다. 또한 최근 정부가 예금과 보험을 제외한 증권·자산운용·선물·신탁·투자일임·투자자문업 등 모든 금융투자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 설립 허용 방향으로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금융겸영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 이제 금융계는 은행, 보험, 금융투자회사를 모두 갖춘 빅 3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는 △은행부문이 종합금융그룹의 모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공제부문은 정부의 보험감독을 수용해 민영보험사와 동등한 사업영역을 확보, 금융사업 3대 축의 하나로 육성하며 △증권부문은 단기간 내 시가총액 2조원대의 메이저급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향후 제도 변화에 따라 투자금융부문, 투신 및 선물자회사 등과 통합을 추진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농협중앙회는 종합금융그룹화를 통해 수익력을 높여 조합 지원자금을 늘리고, 경제사업 투자를 지속할 수 있으며, 추가적인 자본확충으로 내년부터 적용될 새로운 자기자본비율(BIS) 규제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특히 신용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의 확충이 필요하지만, 조합의 출자여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사업수익을 증대하거나 자회사에 대한 출자수익을 얻는 방법, 자회사의 평가절상을 통해 자산을 늘리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점=농협중앙회의 종합금융그룹화는 자회사 설립이나 인수 방식을 통해 진행된다. 그러나 이런 자회사 확대와 종합금융그룹화는 농협의 주인인 농민의 이익과는 거리가 멀다는지적이다. 즉 농협중앙회는 농민을 주인으로 하는 협동조합으로서 조합원의 농산물을 잘 팔아주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보다는 금융지주회사의 꿈을 가지고 금융공룡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앙회의 자회사는 거의 주식회사여서 조합원에 대한 최대봉사보다는 영리 위주의 경영이 불가피 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자회사의 방만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회사 임원들이 상당수 농협중앙회 퇴직자들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고, 경쟁력 제고 보다는 농협과의 내부 거래로 손쉽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회사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지속적인 자본출자는 경제사업과 지도사업에서 사용해야 할 자본금을 감소시켜 중앙회의 신·경분리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한 협동조합 전문가는 “회계별 자본금 배분이 명쾌하지 않은 농협중앙회가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자본금을 출자할수록 지도·경제사업 분야의 자본금 부족을 야기하고, 중앙회는 이를 빌미로 신·경분리시 자본금 부족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내걸 것”이라고 진단했다. 농협중앙회는 그동안 신·경분리의 반대논리로 자본금 부족, 지도·경제사업의 독자생존 등을 내세워 왔다. 따라서 감독기관인 정부는 향후 신·경분리를 앞둔 시점에서 농협중앙회가 이런 식으로 사업을 늘리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협법 5조 ‘최대봉사의 원칙’에 따르면 ‘조합과 중앙회는 그 업무에 있어 조합원 또는 회원을 위해 최대로 봉사해야 한다’ ‘조합과 중앙회는 영리 또는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를 해서는 안된다’고 돼 있다. 증권사를 사들여서 몸값을 키우는 것이 최대봉사의 원칙에 부합되는 것인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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