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에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장맛비가 모처럼 남도의 들녘에 내렸다. 하지만 내리는 빗방울에 기쁨도 잠시, 농민들의 눈가엔 눈물이 흐른다. 지난 겨울부터 이어온 채소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혹여나 값이 오를까 멀쩡한 대파와 배추, 양파를 갈아엎고, 정부정책에 맞춰 출하조정에도 나섰지만 모두 허사”라고 울먹일 뿐이다.

당면해선 양파와 마늘가격 폭락이 심상치 않다. 두 품목 모두 전남이 전국적인 주산지다.
양파의 경우 지난해 9000원/20kg 선이던 농협계약재배조차 실질 수매가는 7000원으로 재조정됐고, 일반상인들은 5000원에도 고개를 흔들 정도다. 20kg한망을 수확해 담는데 3000원(농협 작업대행 비용)이 들어가니 실제 농가에서 손에 쥐는 것은 2000~4000원이다.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마늘도 마찬가지다. 산지 경매가격이 50개 한단에 1000원까지 떨어졌다. 최상품이라고 해봐야 5000원도 받기 힘들다.

그런데도 정부정책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책이 발표되는 시기다. 양파와 마늘 모두 지난해부터 가격폭락이 점쳐졌던 품목이다. 그런데도 현장농업인이 느낄 수 있는 정부대책이 나온 것은 수확이 완료된 이후였다. 수확을 마치고 후작을 심어야하는 농민들 입장에선 마늘이나 양파를 무작정 가지고 있을 수가 없다. 이미 농가에선 싼 값에라도 물건을 모두 판매해버렸는데, 정부대책이 나온들 몇몇 상인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다.

가격도 문제다. 산지폐기나 수매의 경우 최소한 생산비라도 보장해야 하는데, 턱없이 낮은 가격이 책정되거나 시장가격에 준해 발표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나서더라도 가격지지 기능이 상실되는 것이다.

작금의 사태에 대해 정부는 냉정한 자기비판이 필요하다. 대책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상기 전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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