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체에 불리한 데다 공급가 높아지면 제품가격에도 반영 불가피

농식품부는 공개경쟁-정가공급체계 동시 운영 방침


가공용 쌀 공급방식을 정가공급체계에서 공개경쟁 입찰체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관련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공개경쟁 입찰체제로의 전환은 ‘자본력’이 가공용 쌀 공급의 우선순위가 될 수 있어 대다수가 영세업체인 쌀가공식품업계에겐 독이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체제로 인해 높아진 공급가는 제품가격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이는 가뜩이나 밀 제품에 밀리는 현 쌀가공산업 구도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쌀가공식품협회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에선 가공용쌀 공급방식을 현행 정가공급체계에서 공개경쟁 입찰체제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갖고 검토 중에 있다. 당초 전면 공개경쟁으로 가닥을 잡은 농식품부는 영세업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자 시범적으로 공개경쟁과 정가공급체계를 동시에 운영하는 일명 투트랙(Two-track)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시범’사업으로 농식품부는 이 시범사업이 끝나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정할 방침이어서 이에 따른 쌀 가공업계의 반발은 거세질 수도 있다. 더욱이 당초 농식품부가 전면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농식품부 자체 결정이 아닌 위로부터의 지시사항이어서 전면 공개경쟁이 현 체제유지보다 유력시할 가능성이 높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초 전면 공개경쟁으로 하려다 영세업체의 반대가 특히 심해 현재 방식은 그대로 가고 공개경쟁을 원하는 업체는 공개경쟁을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손톱밑 가시를 제거해야 한다고 위에서부터 과제가 선정돼 내려와 (현 체제로만 가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쌀가공업계는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공개경쟁을 시행하게 되면 자본력을 갖고 있는 일부 업체에 의해 가공용쌀 공급이 결정될 수 있고, 현재 농식품부가 추진하려하는 투트랙 전략도 결국엔 공개경쟁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공개경쟁 입찰체제는 실수요자 배분이 어려워 공정성 및 형평성 문제가 야기되고, 공개경쟁 입찰로 낙찰 받은 물량에 대한 사후관리가 어려워 부정유출 등이 우려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세업체가 많은 쌀가공업계는 입찰물량을 보관할 창고가 없고, 입찰을 전담할 인원도 없어 대응이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다.

쌀가공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공용쌀의 공급방식을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산업계의 현실을 도외시 한 처사”라며 “이 방법은 실현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행정적 비효율과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로 인해 그동안 애써 공들여 구축해 놓은 쌀가공식품산업의 기반을 송두리째 붕괴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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