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불검출 기준 적용·가공식품 범위 ‘식품공전’에 한정 긍정적
친환경농업계 “이제부터가 시작”…허용물질 차이 명확화 등 요구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검증이 마무리되고 협정 체결만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농업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GMO 불검출’ 기준을 지켜냈고 가공식품 범위를 식품공전에 따르도록 하는 등 협상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 등 외국과의 동등성 체결에 따른 국내 유기가공식품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유기가공식품 동등성이란 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유기식품제도가 국내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검증될 경우 양국 인증이 동등하다고 상호 인정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친환경농민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동등성 인정 범위를 유기가공식품에 한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농산물을 제외하고 유기가공식품에 한해 동등성을 체결한 국가는 우리가 유일하다.

이번 한·미 동등성 협상에서도 유기가공식품의 범위를 놓고 양국이 의견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이번 동등성 협상에서 가공식품의 범위를 최대한 넓게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며 “하지만 한국의 식품공전에 따른 규정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미국에서도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결국 한·미 동등성 인정 범위는 양국 제도에 따라 유기인증을 받은 제품 중 양국 내에서 최종 가공되고 95%이상 유기원료를 함유한 가공식품으로 한정되며, 가공식품의 범위는 우리나라의 식품공전 규격을 따르도록 했다.

이번 협상에서 ‘GMO(유전자변형농산물)의 비의도적 혼입’ 허용 여부는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됐다. 한·미 양국은 한국의 ‘GMO 불검출’ 기준과 미국의 ‘GMO 사용금지’ 기준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뚜렷한 입장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GMO 불검출’ 기준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미국은 ‘GMO 사용금지’ 기준을 갖고 있으며 비의도적으로 GMO가 혼입된 경우에만 GMO를 허용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측에서 GMO에 대해 유기원료 및 제품의 생산과 취급에서 금지하고, 잔류검사 및 후속조치는 각자의 수입국의 규정을 따르도록 하는 내용을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결국 GMO 관련 기준은 수입국의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는 ‘제한적 동등성 협정’ 체결에 한·미 양국이 합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GMO 불검출 기준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특수한 규정이기 때문에 협상 실무진에서도 지켜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있었다”며 “하지만 미국이 수출국 입장에서 협상을 서두르면서 GMO관련 규정에 대해 양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6월 30일 인증제의 계도기간이 종료되기 때문에 미국이 협상을 서둘러 진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양국은 현재 인증제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6월말까지 동등성 협정 체결을 위한 법적 검토 및 의견수렴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친환경농업계는 일정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국내 유기가공식품 산업 발전 대책의 조속한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등 외국과 동등성 협정이 체결되면 국내 유기가공식품 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친환경농민단체 관계자는 “국내 GMO 불검출 기준을 지켜냈고 가공식품의 범위도 우리의 식품공전에 따른 규정을 적용하도록 한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유기가공식품 제조 등에 허용하는 물질의 차이점에 대해 명확한 설명 없이 동등하다고 평가한 부분은 아쉽다”며 “향후 허용물질의 안전성 등에 대한 보다 명확한 설명과 더불어, 국내 농산물을 활용한 유기가공식품 산업 육성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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