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가 기준 더 엄격한가에 관심 어긋나…허용물질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농업을 기준으로 협상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한미 동등성 협상의 관심사가 어느 나라의 기준이 더 엄격한가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의 이슈보고서를 통해 한·미 동등성 협상을 둘러싼 논란과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상이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협상을 우려하는 농민단체, 소비자단체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각자 자신들의 관점에서 이 협상을 평가하고 그에 따른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교수는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상이 유전자변형식품(GMO)과 허용물질 등에 대해 어느 나라의 기준이 더 엄격한가에 지나치게 집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GMO를 재배하지 않는 우리나라는 GMO 최대 생산국인 미국이 관련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못하다는 이유로 GMO의 비의도적 혼입 등을 문제 삼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유기농에서 공통된 원칙 가운데 하나는 GMO는 유기농이 아니며 유기농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최종식품에서의 ‘GMO 불검출’이라는 제도가 없다는 이유로 미국의 유기농제도가 우리보다 느슨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한 김 교수는 단순히 유기가공식품에 허용물질의 가짓수를 비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라마다 유기농에서의 허용물질의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식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지 어느 나라의 규제가 더 엄격한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각종 식품기준을 정하면서 그것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고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미 유기가공식품 협상의 중요 쟁점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한·미 유기가공식품 협상에서의 중요 쟁점으로 허용물질의 가짓수가 아니라 허용물질을 하나하나를 따져봐야 한다”며 “허용물질이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식문화 속에서 얼마나 많이 섭취되는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허용기준치를 정할 수 있고 협상안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모든 유기가공식품에는 GMO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 확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향후 GMO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EU·호주·일본·칠레 등 5개국과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인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지난 10일 미국과 제3차 논의를 가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GMO 사용과 관련해 신청국 모두 유기가공식품 제조시 GMO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사용 금지와 함께 불검출 기준을 두고 있다”며 “유기식품 원칙과 기준을 최대한 준수해 소비자의 우려를 최소화하고, 국내 유기식품산업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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