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마늘 한단(50개 묶음)의 경매가격이 10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겨울 대파를 시작으로 겨울배추, 양파 등 출하되는 농산물마다 족족 가격폭락을 면치 못하더니, 결국 마늘까지 이어졌다. 다른 농작물에 비해 가격 등락폭이 적었던 마늘이기에, 그래도 ‘최소 가격은 유지되겠지’하는 기대감마저 여지없이 무너졌다.

마늘 경매시장에서 만나는 농민들은 “이런 가격이라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하소연한다. 정부도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농가들 입장에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다. 농가들의 한숨만 깊어지는 이유다.

남도마늘 주산지인 고흥군의 경우 지난 5월 중순부터 마늘경매가 시작됐다. 첫 시작부터 폭락하기 시작한 가격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상품 마늘조차 1단에 5000~6000원선에 경매되고, 중·하품은 1000~3000원을 오르내린다.

농가입장에선 답답할 뿐이다. 이정도 가격은 종구대 등 생산비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수확이나 운반에 소요되는 경비는 물론 경매수수료까지 빼고 나면 남는게 없다.

농가들은 “차라리 농사짓는 대신 품삯을 받고 다른 사람 일을 하는게 이익이다”는 말까지 내뱉는다. 농업인이 농업노동자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다른 품목과 마찬가지로 고흥지역 마늘재배 농가들도 정부가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지금도 많이 늦었다는게 농민들의 생각이다.

농민들은 “정부가 마늘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정부차원에서 현실성 있는 마늘수매가를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 경매시장은 물론 상인들도 정부 수매가를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고흥지역은 6월 상순이면 마늘수확이 거의 끝난다. 정부대책이 늦어지면 농가들에겐 아무런 혜택이 없다. 싼 값에 마늘을 사들인 상인들만 이익을 보는 셈이다.

정부도 대책이 늦어지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자하더라도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대파와 겨울배추, 양파를 통해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모든 정책엔 ‘때’라는 것이 있다. 더 이상 사후 약방문식 정책결정은 안될 일이다.

최상기 기자 전남취재본부 chois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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