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하락 일조” 농가 거센 비난

쌀 수확기 대란 해결 모색을 위해 정부와 농협중앙회, 광역·기초단체에서 수천억원의 벼 매입 자금을 지원 받은 경기도내 농협미곡종합처리장들이 경영부담 해소에도 불구, 낮은 가격으로 매입한 원료곡과 도정한 쌀을 일반 정미소 및 대형유통업체에 저가로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농가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농림부와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도내 농협과 일반미곡종합처리장 등에 지원되거나 예정인 벼 매입·경영자금은 △정부 공공비축물량 205만4000포대(1포대 40kg) 1027억원(정부가 농협중앙회에서 5%로 차입한 자금) △정부지원 농협·민간RPC(DSC 포함) 경영자금 846억3300만원(연리 평균 1%) △농협중앙회의 지역농협(85개소) 무이자 자금 1350억원(이달말 예정) △경기도 농업발전기금 350억원(연리 1.5%) 등으로 총 357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자금으로는 143만석(1석=144kg)의 쌀을 매입할 수 있으며, 이는 도내 전체 예상 쌀 생산량 361만석의 40%를 차지, 도내 농가들이 요구하는 매입량을 소화할 수 있는 수치이다. 또한 도는 농협·민간RPC의 고품질 쌀 가공시설 개선을 위해 2002년부터 올해까지 73억5000만원을 들여 저온저장고, 싸라기·색채선별기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다수 시·군에서도 포장재와 홍보·판촉지원을 하는 등 수도권의 거대 소비시장 인접까지 감안하면 도내 농협들은 쌀 생산·매입·가공·유통분야에 호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농협들은 내년 쌀 판매 부진을 우려, 올해 자체 벼 매입가를 지난해 대비 평균 5000원 가량 하락시킨 데 이어 매입한 원료곡을 일반 정미소 등에 포대당 1000∼2000원 가량 낮은 가격으로 되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농협들은 대량 물량을 확보해 가격 결정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대형유통업체의 가격 횡포에 대응치 못하고 저가로 공급함으로써 결국 경기미 가격을 하락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농민 이윤호(50·파주시 조리읍)씨는 "농가들에게 벼를 싸게 매입한 것도 모자라 쌀을 잘 팔겠다는 의욕도 없이 지레 겁을 먹고 원료곡을 일반 정미소에 헐값에 되파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강효희(46) 한농연 고양시연합회장은 "관내 관공서·병원·기업체 구내식당과 대형마트 등에 고양쌀이 사용되거나 입점한 곳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이는 농협들이 쌀장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증거로 쌀 농가들의 소득안정을 위해 지원된 예산을 농협 피해 최소화에만 사용하고 있어 정부차원의 사후관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포시 운양동의 농민 유준학(46)씨는 "농협이 한 대형유통업체에 13% 이상의 마진을 주고 쌀을 납품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이장희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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