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유기데이 기념 토론회   산업적 유기농이 산업 지배 우려
농자재 중심→지역공동체 바탕 순환적 관계 복원 지원을
가족농 결합 협동조합 통해 경축순환 유도·공동작업 촉진


수입산 유기질 재료로 만든 유기농자재 시장의 확대 등 이른바 ‘유기농업의 관행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위기극복의 대안으로 가족농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2014 유기데이 기념 토론회'가 '지속가능한 친환경유기농업 발전을 위한 가족농 육성의 길'이라는 주제로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개최됐다. (사)환경농업단체연합회가 주관하고 IFOAM(국제유기농운동연맹) 아시아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서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가족농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유기농업의 재정립’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유기농업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가족농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윤 교수는 “유기농자재 생산에 대한 거대자본의 진출 등 ‘산업적 유기농’이 유기농업을 지배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유기농업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가족농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물론 가족농을 기반으로 한다고 해서 유기농업의 정체성이 자동적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며, 유기농민들도 생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는 과정에서 유기농업답지 않은 모습이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기농업을 실천하게 되면서 △자원의 내부순환이 강화됐는지 △외부자재의 의존도는 감소됐는지 △지역공동체는 강화됐는지 △직거래를 통한 도시민과의 교류활동이 증가했는지 등을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

특히 윤 교수는 정부 역시 현재의 정책기조가 과연 친환경농업의 육성에 걸맞은 것인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013년 발표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은 ‘개별경영체의 육성’이라는 기존의 농정패러다임의 한계를 인식하고, ‘지역공동체의 육성’이라는 새로운 농정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며 “친환경유기농업이 진정한 의미에서 유기적인 농업이 되기 위해선 지역에 바탕을 둔 유기농업이어야 하고, 지역공동체 내의 관계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유기적인 관계의 복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의 농자재중심의 지원정책에서 지역공동체를 바탕으로 순환적인 관계를 복원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지역단위의 가족농들이 결합한 협동조합을 통해서 경축순환을 촉진하는 지원정책 △가족농들의 공동작업을 촉진하고 더 많은 농민이 여기에 결합토록 촉진하는 지원정책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의 직거래를 매개로 소비자와의 직간접적인 교류와 접촉을 촉진하는 지원정책 등이 필요하다는 것.

이어 콘라드 합프트플레쉬 IFOAM 아카데미 원장은 ‘가족농 육성을 위한 IFOAM 정책’이란 주제발표로 주목을 받았다. 콘라드 원장은 “가족농에는 농민과 소규모 어민, 목축업자, 채취업자, 소작농 및 토착 원주민이 포함되고, 주로 비임금 가족의 노동력으로 유지된다”며 “소규모 가족농은 주요 농업형태로 전 세계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약 20억 명이 가족농으로 추산되고, 전 세계 식량생산의 70%를 가족농이 담당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많은 소농은 빈곤에 시달리며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충분한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콘라드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IFOAM은 소규모 가족농의 역할 특히 식량생산 및 지속가능한 농촌 경제에서의 결정적 역할을 인정하고 있고, 생물다양성 지킴이로서 근본적인 역할 또한 인식하고 있다”며 “현재 IFOAM은 소농 친화적인 과학기술, 인프라, 서비스 및 혁신에 더 많은 투자를 촉구하는 것은 물론 소규모 가족농 위주의 지속가능한 유기농업과 비즈니스의 촉진을 위한 지역적·국가적 정책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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