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어른이 해걸해 주거나
‘그러면 안된다’로 누르기 보다는
누구나 거쳐야 할 과정인지
부모가 현명하게 판단해 봐야


Q. 선생님과 학부모의 주요 상담 내용은 성적과 교우관계다. 특히 교우관계에서 아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에 걱정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아이들의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 것이 좋을까?

A. 최근 몇 년 동안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는데다 정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으니 부모의 이런 걱정은 당연하다. 게다가 학기 초에 학교마다 실시하는 학부모 학교폭력예방교육에서 알려주는 교육부지침을 들어보면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에 대한 징계와 처분이 범죄자와 다를 바 없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자람과 행복을 위해서 이러한 문제에 마땅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심각한’ 학교 폭력과 그 예방대책 때문에 ‘자연스러운’ 분노와 갈등조차도 억누르거나 숨기려고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누구나 화가 날 수 있으나 그 화를 ‘폭력’이 아닌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더욱 그러하다. 소리를 지를 수도 있고 물건을 던질 수도 있고 주먹을 휘두를 수도 있다. 그러다가 이런 방법으로 화를 내서는 안 되겠구나 하고 느끼면서 차츰 바뀐다. 그것은 부모나 교사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배울 수도 있고 형이나 또래에게 화를 냈다가 도리어 된통 당하는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터득해 나갈 수도 있다.

‘분노’는 매우 중요한 감정이다. 어떤 부모가 “우리 아이는 화 한 번 안내요. 어른 말을 얼마나 잘 듣는지 몰라요”라고 아이를 자랑한다면 정말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실제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우발적인 사고들은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나서 그랬다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 아이들이 평소에는 그럴 아이가 아니라는 경우가 많다. 충분히 울고, 충분히 다투고, 형제·친구끼리 서운한 마음도 느껴보고, “다시는 안 놀아”라는 말도 해보면서 감정을 조절해 나가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것은 원래 마을에서, 골목길에서 형들과 누나 틈에 끼어 놀면서 배우는 건데 지금은 그런 놀이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 과거에는 이미 학교 가기 전에 그런 모습을 보면서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익혔는데 지금은 일부러 갈등상황을 만들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머리로 가르쳐 줘야 할 정도이다. 놀이를 하다가도 갈등이 생길 것 같은 곳에는 어른이 끼어들어 다 해결해 줘 버리거나 아예 싸우지 않도록 혼자서만 놀도록 정리를 다 해줘버린다. 

그러나 아이들 삶이라고 갈등이 안 생기고 화날 일이 없겠는가. 어릴 때는 굳이 화 낼 필요가 없었던 아이들이 점점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갈등이 생기고 화가 날 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게 된다. 여태까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다 해결해 주던 시기와는 달라진 것이다. 어릴 때 자신이 양보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내가 늘 최고일 수 없음도, 누구나 실수할 수 있음도, 놀다보면 부딪히기도 한다는 것을 겪다보면 언제 참아야 할지, 이럴 때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판단이 생길 텐데 다 커서야 겪으니 행동은 유아기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가령 5~6학년 아이가 친구가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고 5살 아이처럼 생떼를 쓰며 운다든지, 친구가 혼자 화장실에 갔다고 자기를 따돌린다고 책상을 집어 던진다든지, 놀이하다가 생긴 다툼에 화를 참지 못해 창문을 부순다든지, 중학생이 꾸지람을 들었다고 교무실에 분뇨를 퍼붓는 일 등이다.

이것은 미성숙한 어른들이 과도한 보호로 그들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게 하고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는 맞지 않는 단체 활동의 질서를 강요한 탓이다. 배고파서 화가 나면 떼쓰고, 친구가 자기가 만든 것 무너뜨리면 화가 나서 던지기도 하고, 잠이 오면 투정을 부리기도 해야 할 때 어린이집에서 ‘단체 질서’에 적응시키며 ‘그러면 안 돼’로 눌러 버렸던 것이다. 

사춘기가 오는 시기는 다 다르지만 누구나 그 시기는 겪기 마련이다. 그것처럼 사람이 자라는데 누구나 겪어 나가야 할 감정들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지금 우리 아이가 겪는 그 갈등과 분노가 거쳐야할 과정인지, 정말 부당하고 혼자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부모가 개입을 해야 하는 것인지 부모다운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격려와 관심, 그리고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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