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위반 여부 논란에 전문가 “아니다” 결론
9월 관세화 논의 마무리 전 관련법 처리 목소리


쌀 관세화 여부 결정에 앞서 국산쌀과 수입쌀의 혼합판매 금지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현재 국회에는 국산쌀과 수입쌀의 혼합판매 금지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이 3건 발의돼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양곡과 수입양곡을 혼합해 유통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이운룡의 새누리당(비례) 의원의 안과 김선동 통합진보당(전남 순천·곡성) 의원의 안, ‘혼합된 양곡의 원산지·생산연도·혼합비율을 포장·용기 등의 전면에 표시토록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벌칙근거를 마련한다’는 배기운 새정치민주연합(전남 나주·화순) 의원의 안 등이다. 이들은 모두 국내 양곡수급안정, 쌀 생산기반 보호, 소비자 신뢰제고 등을 개정안의 제안이유로 설명했다.

이 법안들은 모두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는 상태. 이에 대해 정부는 “국산쌀과 수입쌀 혼합금지 등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내국민대우 등 국제법적 측면 등을 면밀히 검토해 농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정부가 혼합판매 금지조치의 국제법상 위반여부 때문에 관련법의 필요성에 대한 확답을 주지 못하면서 그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산쌀과 수입쌀의 혼합판매 금지조치에 대해 “국제법상 위반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혼합판매 금지조치를 담은 관련법의 논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국산쌀과 수입쌀의 혼합판매 금지조치는 수입쌀의 ‘판매나 사용에 영향을 미치는 차별적 조치’인지가 관건인데 이 조치는 국산쌀과 수입쌀 모두 동일한 대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형식상의 차별이 없고 아울러 수입쌀에 대한 차별적 효과가 사실상 발생하는 것도 아니므로 ‘사실상의 차별’도 성립되지 않는다”며 “양곡관리법상 국산쌀과 수입쌀의 혼합판매를 금지시키는 강제조항을 신설하더라도 국제법 위반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산쌀과 수입쌀의 혼합판매 금지조치가 가능하다면 우리나라의 관세화 여부를 WTO에 통보해야 하는 9월 이전에 관련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9월까지 관련법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향후 쌀 협상에서 미국·중국 등 쌀 수출국들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광주 동구) 의원은 “국제법상 위반이 아니라고 해도 쌀 수출국들은 쌀 관세화에 앞서 국산쌀과 수입쌀의 혼합판매 금지조치까지 강하게 물고 늘어질 여지가 분명 있다”면서 “이미 우리나라에서 관련법을 처리해놓은 다음이라면 정부에서도 추후 협상 시 혼합판매 금지조치는 국제법상 위반이 아니라는 이유와 함께 이미 시행 중인 국내법을 근거로 쌀 수출국의 요구에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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