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여성농업인에 필요한 농정공약은<4>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다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앞에 국내 농업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 소비자는 식탁 위에 오르는 농산물 원산지에 더 이상 민감하지 않으며, 우리 제철 농산물을 밀어낼 수입산이 즐비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3년 우리나라 과일 수입액이 2억8600만달러에서 2013년 9억2900만달러로 3.3배가 증가한 것이 한 예다. 늘어난 수입만큼 국내 농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에 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여성이다. 가정의 식문화를 책임지는 안주인에서 나아가 토종종자를 보존하고, 국내 농업·농촌의 중요성과 자유무역협정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여성농업인은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농민단체에서, 여성소비자는 행복중심생협·여성환경연대 등에서 단결한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며, 특유의 감성과 섬세함으로 변화를 받아들인다. 따라서 이같은 여성의 강점을 강화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프로그램 손질
취미수업 탈피, 농식품 가공 등 
여성이 필요로 하는 교육 활성화
교육 접근성·홍보 강화 급선무


▲교육프로그램 재정비=가장 필수적인 것은 교육프로그램을 재정비하는 일이다. 2013년 여성농업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농업인은 교육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92%가 교육을 받고 싶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 및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은 이같은 여성농업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부에 집중된 교육프로그램이다. 이를 반영하듯 일반여성농업인의 교육 참가율은 30% 중반을 웃돌았지만 다문화는 90.2%, 고령농은 8.1%가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교육의 내용 역시 취미수업이 대다수라 영농·농식품가공 등 농업에 있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는 이들에겐 적합하지 않다.

접근성과 홍보 미비도 개선해야 할 문제다. 지역의 경우 보통 농업기술센터나 지역농협을 통해 교육이 실시되는 데 두 기관에서 실시하는 교육이 뭐가 있는지 여성농업인이 알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게시판이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교육프로그램을 공고하지만 영농활동 등으로 잦은 방문이 어려운 여성농업인에겐 정보전달이 어렵다. 이 때문에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에선 참가자 모집이 어렵다는 고충이 나오고, 여성농업인에게선 교육기관이 너무 멀어 참가할 수가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해 실태조사에서도 교육을 가까운 곳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여성농업인들의 요구가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정은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실태조사 결과를 보듯 여성농업인의 교육 참가욕구가 매우 높은데 참여도를 높이려면 가까운 곳에서 실시해야 한다”며 “또한 지역 실정에 따라 수요자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의 욕구파악과 교육 후 평가가 가능한 교육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종종자 지키기 앞장
여성농민 토종종자 보호 정성
토종종자 보존지원조례 제정
먹거리 안전·농업주권 확보를

▲토종종자 보존지원조례 제정=여성농업인들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점으로는 토종종자 보존을 꼽을 수 있다. 식량위기가 심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종자가 가진 중요성과 상징성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이 토종종자를 많이 보유하고 채종하는 이들이 여성농업인이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많은 종자 기업들이 자본을 앞세운 거대 종자기업에 종속되며 토종종자에 대한 주권을 잃어가고 있다. 농민은 종자기업을 통해 생산된 씨앗을 받고, 추수 후에도 수확한 종자를 다시 사용하지 못해 새롭게 구입해야 한다. 종자의 주권을 빼앗기니 농사를 지으면서도 파종부터 수확까지 육성된 품종에 맞는 농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수확량을 늘리고 병해충에 강하게 조작된 농산물이 재배되면서 농업환경이 바뀌고 먹거리 안전에 대한 걱정도 늘어간다.

이런 상황 속에 토종종자를 보존하는 것이 국내 농업주권을 살리는 것임과 동시에 GMO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여성농업인들은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중앙 및 지역 단위를 통해 고령여성농업인이 보유한 토종종자를 채종하고 이를 농업인 및 소비자에게 배포한다. 보다 많은 토종종자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며, 이렇게 확보된 토종종자에 대한 이야기를 책자를 통해 알리는 일도 모두 여성농업인이 하고 있는 일이다.

이같은 움직임이 반영돼 강원도에서는 지난 5월 16일 ‘토종농작물 보존·육성에 관한 조례’가 전국에서 4번째로 제정됐다. 지금까지 토종종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강원도를 포함해 전남·경남·제주 총 4곳이다. 조례에는 토종종자 보존 및 육성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과 협의회 구성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토종종자 지키기 운동의 싹을 틔운 횡성여성농업인센터 한영미 소장은 “토종종자 지키기 운동을 시행해보니 유일하게 토종종자를 보존해온 것은 지역에서 혼자 농사짓는 나이 드신 여성농업인이셨다”며 “종자를 지키는 것은 식량주권과 농업·농촌을 지키는 일이니 만큼 조례를 제정해 지역차원에서 지역여건에 맞는 정책으로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

강효정 기자 kang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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