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서양벌보다 
개체당 수밀량 탁월 
청소행동도 뛰어나
2015년 농가 본격 보급


국내 처음으로 수밀 능력이 우수한 꿀벌(여왕벌)을 자체 개량해 양봉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 추진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잠사양봉소재과는 21일 경기 양평군에 위치한 아이비영농조합법인에서 ‘꿀벌 신품종 지역적응시험 현장평가회 및 현장포럼’을 열고 신품종 특성 및 향후 활용계획 등을 설명했다.

농진청은 예천군 곤충연구소와 함께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수밀력이 우수한 꿀벌 육종 연구 과제를 수행해 오고 있는데, 최적 교배조합의 잡종강세를 유도해 국내에 많이 사육되고 있는 기존 서양벌보다 꿀을 채집하는 능력(수밀력)이 우수한 교배종을 자체 선발했다. 이렇게 선발한 신품종이 현장 농가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시범적으로 시험을 하는 차원에서 이날 평가회가 마련됐다.

이날 평가회에서 발표를 맡은 이명렬 농진청 잠사양봉소재과 박사는 이번 사업의 추진 배경에 대해 “우리나라의 경우 밀원수가 적기 때문에 외국에 비해 봉군당 채밀량이 떨어지고, 체계적인 선발이 이뤄지지 않아 혈통도 혼재돼 있는 상황”이라며 “또한 분봉성도 높아 강군 육성이 어렵고 이는 봉군세력이 낮아지고 수밀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꿀벌은 순계만으로는 형질이 우수하지 않지만, 잡종강세 특성을 보인다. 이에 따라 전국 8계통 수집, 순계 분리, 11개 교배조합을 작성한 뒤 이 중에서 잡종강세가 뛰어난 계통을 선발했다”며 “이 품종은 기존 서양벌보다 개체당 수밀량, 군당 일벌수, 수밀력 등이 모두 뛰어나며, 질병저항성의 중요형질인 청소행동도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농진청은 시도별 2개 농가씩 총 10개 농가를 대상으로 현장 지역적응 시험을 통해 신품종의 우수성에 대한 현장 사례를 취합해 올해 안까지 정부가 인증하는 공시품종의 장려품종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2015년부터는 현장 농가에 본격 보급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길 잠사양봉소재과장은 이날 “국내 최초로 꿀벌 신품종을 개발하는 시점까지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올해 양봉 분야 핵심 과제 중의 하나는 수밀력이 뛰어난 이 우수품종을 정부 장려품종으로 지정하고 2015년 현장 농가에 보급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꿀벌 신품종을 지속적으로 보급하는 한편 농가 맞춤형 품종의 연구개발을 통해 향후 육종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범 사업에 참여한 양경열 아이비영농조합법인 대표(경기양봉연구회 회장)는 “여왕벌이 외국에서 들여오는 실정에서 국가가 신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한다는 것에 대해 고맙다는 생각”이라며 “내년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인 보급이 이뤄져야 할 것이며, 국가가 우수품종에 대해 지자체별로 육종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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