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학회 심포지엄    환경·생태계 보전 본질 간과, 이윤 급급…정체성 논란 직면
지역순환 시스템·사회적 경제 생태계 구성, 과학적 효과 검증연구 절실


유기농업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기농업이 ‘원칙과 시장’ 사이의 모순에 따라 정체성 논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기농업 정체성 회복의 관건은 무엇일까?

지난 16일 농촌진흥청 농경회의실에서 한국유기농업학회 2014 상반기 유기농업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최덕천 상지대 교수는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현실과 정체성 검토’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유기농업이 직면한 정체성 논란을 진단하고, 유기농업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국내 유기농업은 양적으로 많이 성장했지만 질적으로 허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정체성 논란은 유기농업의 목적이 환경·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역에서의 생태공동체를 유지하는데 본원적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이윤추구와 소득증대, 인간의 욕망 추구를 더 앞세운 결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기농업 원칙을 등한시하고 관행농업의 패러다임을 응용해 성과주의에 따라 ‘위로부터’ 추진된 친환경농업이 이제 한 단계 더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외부로부터 유기농업에 대한 신뢰성, 정체성 시비를 계속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최 교수는 유기농업 정체성 회복의 관건으로 △유기농업 원칙의 재정립과 △유기농업 내부역량 강화를 꼽았다. 그는 “전후방 연쇄효과를 추구하는 지역순환 시스템과 함께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구성해야 한다”며 “비시장, 지역 공동체, 사회적 경제 생태계가 현실적 대안 중의 하나이고, 그 체제에서 유기농업의 정체성을 확립할 때 시장에서도 그 논리가 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정부에서는 유기농업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직접지불제를 통해 지속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젊고 유능한 후계자들이 유기농업분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교수는 ‘유기농업이 인간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 주는 연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기농산물 시장의 최대 화두는 ‘유기농산물을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것인데, 이는 상업화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본질적인 것은 유기농산물 인증마크가 아니라 환경 생태계가 건강해야 농축산물이 인간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지기 전에 유기농업계 내부에서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끝으로 “유기농업 전체 농지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 흐름과 사회적 측면에서 상징성이 큰 부문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생태문명으로의 전환기를 맞아 유기농업의 정체성에 대한 본원적인 그리고 냉엄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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