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관련 행사라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축사가 있다. 여성농업인이 향후 국내농업을 이끄는 인재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여성특유의 섬세함과 감수성으로 위기에 처한 국내농업을 타개할 새로운 길을 열어달라는 말도 빠지지 않는다. 너나 할 것 없이 여성농업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왜 그럴까.

통계청 조사 결과 농업주종사자 중 여성농업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지 오래다. 농업인력이 부족한 농촌에서 농업보조자로 인식되던 여성농업인이 영농현장의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변화가 나타났다. 여성용농기계를 만들고 남성위주로 진행됐던 영농교육에 여성농업인과정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정부는 여성농업인을 전문인력화한다는 목표아래 여성농업인육성계획을 시행한지가 10여년이 지났고, 지자체도 지원조례를 만들었다. 여기에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농업·농촌의 6차산업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성농업인이 진출할 길은 더욱 넓어졌다.

그러나 여성농업인 정책은 여전히 현장에서 체감도가 낮다. 보육·복지정책이 여성농업인정책으로 한자리를 차지하고, 영농관련 교육보다 취미교육이 많다. 남성과 동등한 직업적 농업인으로 인정해주길 바라지만 여성농업인을 복지수혜자나 주부정도로 인식하는 수준의 정책들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다가오는 6.4지방선거에서 여성농업인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수요자들의 요구가 정책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장의 호응이 좋은 여성농업인 복지바우처 제도를 일부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좋은 예다. 유권자로서의 당당한 권리를 내세워 여성농업인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정책을 활성화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커진 역할과 중요성 만큼 제대로 된 대접을 해달라고 말이다. 변화는 제 목소리 내기에서 나온다. 여성농업인 관련 공약을 만들라고 주장하고 이를 관철시키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효정 기자 전국사회부 kang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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