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여성농업인에 필요한 농정공약은 <3>

●다각적 육성·지원 절실
정읍·김해·강진 관련조례 제정
피부에 와닿는 정책 발굴 ‘큰 몫’
전국 확대…현장체감도 높여야

●농식품 가공 지원
여성농민 진출 가능성 큰 분야
소규모가공 지원조례 제정
농업·농촌 6차산업화 뒷받침을

 

농업·농촌의 위기 속에 여성농업인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남성과 함께 호흡하며 영농현장을 뛰는 것에서 나아가, 농산물 가공을 시작으로 유통·판매·체험농장 운영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뽐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성농업인들은 안전먹거리를 찾는 똑똑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여성특유의 감성과 섬세함으로 충족시킬 줄 알며, 국내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토종종자 지키기 운동을 실천한다. 남성농업인의 보조자로 인식되던 과거에서 탈피해 직접 농기계를 몰고, 직거래 및 체험농장을 통해 소비자들과 가까이 호흡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농업인의 역할과 중요성이 크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여성농업인정책은 현장의 변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정책의 대부분이 복지·보육정책에 머무르고 있으며, 각 지자체별로 조례를 제정해 여성농업인을 다방면에서 육성·지원하게 한 여성농업인육성지원조례 역시 전국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지난해 정부가 농업·농촌의 6차산업화를 강조했지만 현행법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농업인육성지원조례 확대와 소규모가공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여성농업인육성지원조례 및 시행규칙=여성농업계의 요구로 여성농업인육성지원조례가 제정움직임을 보인지 올해로 8년째를 맞았다. 2007년 6월 여성농업인단체와 기관, 학계 관계자들이 모여 실시한 간담회에서 지역특성에 맞는 여성농업인육성정책 발굴을 위해 조례 제정을 요구한 이후 현재 전국적으로 68건의 조례가 제정됐다.

여성농업인육성지원조례는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여성농업인의 개념과 지원범위, 경영능력 향상, 교육지원, 복지향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농업인육성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자문회의의 구성 및 운영이 조례에 명시돼 있다. 중앙정부가 세세하게 담지 못하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지자체 차원에서 조례를 제정하고 지원하게끔 한 것이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조례를 통해 여성농업인정책이 발굴된 사례가 명확하다. 정읍시는 조례를 통해 여성농업인 육성 정책위원회를 연 2회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강진군에서는 2009년부터 조례에 근거해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를 운영한다. 김해시는 농번기마을공동급식 지원사업의 추진 근거로 도 여성농업인육성지원조례 제10조를 꼽았다. 또한 충북도가 역시 2008년 4월 4일 처음으로 조례를 제정한 이후 4차례의 개정을 거쳐 2012년에는 전국에서 처음 여성농업인 복지바우처를 실시한 것도 조례제정의 대표적 성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여성농업인 정책이 현장에 맞춰 발전하는 데는 조례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으나 조례를 제정한 비율과 시행규칙을 마련한 비율은 매우 낮다. 도를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229개의 시군구 중 조례를 제정한 곳이 59개에 그치며, 시행규칙을 제정한 곳은 경기도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여성농업계에서는 조례 및 시행규칙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황경산 전여농 정책국장은 “김해시나 강진군같은 여성농업인 정책이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조례에 있었다”며 “현장 체감도가 가장 높을 정책이 발굴되는데 지자체별 조례의 역할이 큰 만큼 전국으로 확산돼야 하며, 조례를 제정한 곳에서는 시행규칙을 제정해 세부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규모가공지원조례 제정과 지원 확대=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여성농업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농업인의 92%는 교육을 받고 싶다고 응답했다. 변화하는 시대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영농기술을 습득하고 싶다는 응답과 농산물가공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의 26%에 달했다. 농산물 1차생산을 넘어 가공·유통·판매·체험농장 운영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살리고 싶어하는 여성농업인이 늘고 있지만 정책 및 법이 이를 뒤따라주지 못하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식품위생법에 따라 영업시설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농업인이 농산물을 가공·판매할 경우 처벌대상이었다. 올 3월부터 관련법이 바뀌어 가공업 허가를 받지 않은 농업인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가공·판매할 경우 식파라치의 표적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여전히 허점은 남는다. 신고포상금 제공 대상에서 제외됐을 뿐 정해진 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은 여전히 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농업계에서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라 지자체가 가공업 시설기준을 따로 정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어 지자체별 농가 소규모 식품가공사업 지원 조례제정을 요구해 왔지만, 이 시설기준을 마련하고 시행 중인 지자체는 극히 드물다. 경기 남양주시를 비롯해 8곳에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농업인의 진출 가능성이 큰 농산물 가공분야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자체별로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정은미 농촌진흥청 박사는 “농산물 가공 등 농업6차산업화는 여성농업인이 남성보다 경쟁력 있는 분야”라며 “농가 소규모 가공이 가능하도록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하고 허가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효정 기자 kang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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