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서 함께 심고 수확하니
능률 두 배, 기쁨은 네 배
제값 받고 소비자에게 가는
신나게 농사짓는 그날 오길


얼마전 주말에 1500평 감자밭을 만들어서 심기까지 다 해치웠다. 한 달 동안 하우스에서 부직포 뒤집어쓰고 싹을 틔운 씨감자들을 3일전에 네 쪽 혹은 다섯 쪽으로 눈을 살펴서 자르고 자른 표면이 약간 굳어갈 즈음 밭으로 나간다. 씨가 넉넉해서 큼직하게 잘랐다. 그래야 싹도 실하고 감자도 실하다.

감자농사 10년이 넘었으니 이젠 감자라면 할 말 있다. 작년에 수확을 앞두고 삼일동안 폭우가 쏟아져 밭에 두고 온 감자가 100박스는 될 것이다. 결국 도와주러 온 일꾼들 몰래 눈물 뚝뚝 흘리며 쪼가리 난 감자를 주워 담았던 아픈 기억이다. 올해는 상황이 좀 다르다. 감자밭이 마사라 포실포실하고 물 빠짐도 좋은 밭으로 옮겼다. 대신 옥수수가 작년 감자 밭으로 가는데 잘될지 모르겠다. 언제나 하늘이 도와야 농사가 되는 것이니 아무리 우리의 노력을 다한다 해도 믿을 수는 없다. 올해는 감자 클 때 비 좀 덜 와야 할 텐데 모든 기도를 모아본다.

작년에 고추를 심었던 솔정재 밭에 감자를 다 심고 새로 얻은 800평 밭은 동네형님과 함께 짓기로 했다. 함께 밭 만들고 함께 심고 함께 수확해서 둘이 똑같이 나눌 것이다. 귀농한지 5년째 농사짓는 형님은 처음엔 텃밭정도 하실 줄 알았다. 한해 두해 옆집 일도 도와주고 동네일도 열심히 하면서 한 뙈기 한 뙈기 늘려가더니 이제는 2000평의 농사를 짓고 장류도 해서 열심히 착한농부의 길을 가고 있다. 이제는 양봉을 해보겠다고 괴산군 친환경 농업대학 양봉과에 다니신다. 서울 사실 때부터 부지런한 품성이 몸에 익어 어떤 일이든지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고 누가 그 부지런함을 말리랴!! 

밭이 마르면 이번 주에는 남은 밭을 만들어 주말에 모여 브로콜리를 심어야 한다. 동네 형님들 네 집이서 모여서 함께 심고 함께 들밥을 먹고 밭두렁에 앉아 막걸리한잔 나누며 농사짓는다. 이제는 농사가 대형화 되어서 형님들도 5000평 정도는 다 짓고 계신다. 둘이서 하루 종일 하고도 모자랄 일을 부부동반 해 8명이 모이면 후딱 해치운다. 위에서부터 영철이형님 밭을 심고 그다음 한중이형님 밭으로 옮겨 심고 그리고 국태형님 밭으로 이동 우리 밭은 마지막에 심는다. 브로콜리 심기가 게임처럼 느껴진다. 밭으로 옮길 때마다 안주인의 간식이 죄 다르고 메뉴도 다양해서 소풍 나온 사람들처럼 웃고 떠들면서 일을 하니 능률은 두 배로 기쁨은 네 배로 늘어난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좋은 농산물이 제값 받고 소비자에게로 가야할 일  판로 문제다. 우리 집이야 모두 직거래하니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만족한 가격을 받고 있지만 동네 형님들 농산물까지 다 팔아내기엔 좀 시간이 걸린다.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도시의 소비자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농부는 안정적으로 농사짓고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받아먹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한다. 신나게 농사짓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나 소박한 밥상 앞에 따뜻하게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내일도 밭으로 나간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