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증기관이 재배시험부터 사후관리까지 도맡아
영리목적 될 경우 과당경쟁 우려…농민만 피해 억울
분석비용 상승·관리 대상 증가…정부가 지원 나서야


유기농업자재 공시 및 품질인증업무가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강원대, 순천대 등 민간인증기관으로 이관된 지 2년이 넘게 흘렀다. 정부는 당초 민간인증기관이 지정되면 철저한 사후관리로 유기농업자재 품질관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잔류농약 검출 등 불량 유기농업자재로 인한 농민들의 억울한 피해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기농업자재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공시 및 품질인증업무를 담당하는 민간인증기관에 대한 지원책은 밝히지 않았다. 잔류농약 검사 품목 증가로 인해 민간인증기관의 부담만 가중된 꼴이다.

문제는 민간인증기관이 수수료 등 수익을 통해 운영된다는 점이다. 최근 민간인증기관이 영리목적으로 변질되고, 공시 및 품질인증 업무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기서 출발한다.

농촌진흥청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불량 유기농업자재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그동안 분석빈도가 낮았던 농약(단성분 분석만 가능)의 분석물량을 확대해 농약 사용여부에 대한 실질적인 확인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은 당장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민간인증기관의 부담으로 연결되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지원책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민간인증기관 관계자는 “처음 민간인증기관으로 지정 받았을 때보다 분석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 관리대상도 크게 늘었다”며 “분석법 등 3개 기관에서 같은 기준을 갖고 인증을 내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간인증기관이 재배시험과 이화학시험, 미생물시험 등을 하는 동시에 공시 및 품질인증을 내주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비료시험연구기관 관계자는 “민간인증기관에서 재배시험부터 인증, 사후관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앞세워 재배시험 가격을 인하하는 등 영업 아닌 영업을 하고 있다”며 “민간인증기관이 영리목적으로 활용될 경우 인증의 공정성 훼손은 물론 기존의 농약 및 비료시험연구기관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간인증기관 측은 별다른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간인증기관 관계자는 “애초에 민간인증기관으로 실용화재단과 대학을 지정한 이유는 공시 및 인증업무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현재 분석팀과 심사팀 인력이 겹치지 않고 서로 전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성 훼손 우려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기농업자재를 깐깐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기농업자재 공시 및 인증을 두고 잡음이 계속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민간인증기관이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 등 최소한의 운영비를 수수료를 통해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농산물 인증기관이 망가진 것도 영리목적으로 과당경쟁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유기농업자재 분야에선 최소한의 지원을 통해 민간인증기관의 부실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민간인증기관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해 놓은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잔류농약 분석 등이 늘어나는 만큼 지원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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