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결국인 캐나다·EU 제한조건 명시…우리도 GMO 불검출 등 요구 가능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정이 ‘제한적’으로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캐나다와 EU 등 미국과 동등성 협정을 체결한 여러 국가에서 제한조건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례에 비춰볼 때 GMO의 비의도적 혼입과 비유기 원료 허용 등 논란이 되는 부분은 국내 기준을 준수하도록 미국 측에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한국식품연구원에서 국내 유기식품 인증제도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국내 유기식품 인증기준의 선진화를 지원하기 위한 ‘한국유기식품소연구회’가 발족했다. 이날 김명호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적합성평가제도와 동등성 인정 현황’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국내 GMO 불검출 기준을 유지할 수 있는 ‘제한적 동등성 협정’ 체결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유기가공식품에 대해 GMO 불검출을 요구하는 나라는 우리 뿐”이라며 “미국 측에서 이 부분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국민 정서상 GMO 불검출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면 제한조건으로 남겨둘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캐나다는 질산염 사용 농산물과 수경 또는 양액재배 농산물 수출금지를 제한조건으로 명시했고, EU는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 및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 사용 부란병 치료 사과 및 배 수출을 금지하는 등 미국과의 동등성 협정에서 제한조건을 설정한 바 있다.

김 박사는 “GMO 불검출 기준이 제한조건으로 남게 되면 검증책임을 어디에 둘 것인지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우리 정부가 시중에 유통되는 유기가공식품을 무작위로 조사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사 결과 GMO가 검출되면 미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등 기존 표시제에 비해 엄격하게 유기가공식품을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GMO의 비의도적 혼입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허용물질 차이에 따른 문제도 제한적 동등성 체결을 통해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기가공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허용물질은 우리나라 189개, 미국 171개로 우리가 다소 많지만, 비유기 원료 47종을 포함하면 미국이 많은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각에서 미국이 허용하는 비유기 원료 47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업적으로 조달 불가능한 모든 비유기 원료(5% 이내)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도 “미국과 EU 등 상호 동등성 협정 시 허용물질을 제한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향후 허용물질 인정 기준에 따라 물질을 분류해 유기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물질은 제외를 요청하는 방향으로 협정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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