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이 창간 34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한국농어민신문은 ‘농어촌의 진로제시’‘농어민의 권익보호’‘농수산업 정보제공’이라는 사시 아래, 농어민들과 더불어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역사의 현장을 지켜 왔습니다. 한국농어민신문은 한국농어민신문의 오늘이 있기까지 지지와 성원을 보내 주신 농어민들에게 감사드리며, 더욱 무거운 책임으로 농어민들을 대변하고, 한국의 농수산업이 지속 발전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농민 독자와 함께하는 정론지 자부

한국농어민신문의 시초는 1980년 성천 류달영 선생이 설립한 한국농산물유통연구소가 창간한 ‘주간 농산물유통정보’입니다. 농업에서 증산이 강조되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연구나 매체가 열악하던 시기에 현 가락시장 전신인 용산시장 시절 뜻있는 전문학자와 유통인들이 ‘농산물 유통개선 없이 농가소득 증대 없다’라는 생각에서 유통정보지를 발행했습니다. 다양한 농축수산물 유통정보에 목말라 하는 농어민들의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유통연구소는 1984년 사단법인 한국농축수산유통연구원으로 확대 개편됐고, 유통정보지도 타블로이드판형 12면 ‘농축수산유통정보’로 발전했습니다.

이후 전국농어민후계자협의회(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한국농축수산유통연구원이 공동출자로 1990년 ‘한국농어민신문’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농민주 형식의 전국적인 출자운동을 열정으로 이끌며 한국농어민신문을 탄생시킨 이가 바로 멕시코 칸쿤에서 WTO 세계화에 반대하며 산화한 고 이경해 열사입니다. 한국농어민신문의 오늘은 바로 이처럼 한국농업을 사랑하고 농민들의 권익을 지키려던 숭고한 선배들의 헌신과 희생이 토대가 되었습니다. 한국농어민신문이 현재 10만부가 넘는 발행부수를 자랑하며 농업계 최고의 정론지로 자리 잡은 것은 주주이자 독자인 농업경영인들과 농어민들의 지지와 격려 덕분이었습니다.

통일농업, 남북 농업문제 해결 열쇠

지금 한국농업을 둘러싼 내외의 환경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역대정권에서 계속된 수출공업화를 위한 농업 희생 정책, 시장개방 정책, 1% 기업농을 위한 규모화와 경쟁력 농정으로 농촌 피폐화가 극에 달한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정부는 농업 회생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도 없이 한·중 FTA 등 수출 대기업을 위한 무차별 FTA와 낡은 신자유주의 농정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오래지 않아 농업은 붕괴되고, 이는 식량안보와 국민경제, 국민건강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 뻔합니다.

우리는 수년째 이제 농정은 상생이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해 신자유주의를 버리고 농민과 농민이, 도시와 농촌이, 농민과 소비자가, 중앙과 지방이 협동과 연대, 신뢰를 통해 함께 사는 지속가능한 농정으로 방향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런 명제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함께 확산되는 통일담론에도 적용됩니다. 남북관계와 통일이야 말로 상생의 정신과 깊은 신뢰가 기반이 돼야만 진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농업 희망 전하는 역할에 충실

한국농어민신문은 통일논의가 활발한 시점에서 ‘통일농업’을 이번 창간의 중심테마로 삼았습니다. 남북교류협력은 그동안 농업이 중심이 돼 왔고, 앞으로도 농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농업협력은 북한의 농촌 생산성을 높이고 식량난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남한의 식량자급률 향상, 수급안정에 도움을 주어 남과 북이 상생하는 방안입니다. 통일농업은 남북이 안고 있는 농업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농업협력은 단기적인 남북관계에 따라 교류와 중단을 거듭할 것이 아니라 상호 신뢰 속에서 지속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한국농어민신문은 창간 34주년을 맞아 더욱 풍부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여러분에게 다가가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독자인 농어민을 대변하는 한편, 구석구석에서 한국농업의 가능성을 찾아 희망을 전하는 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한농어민신문은 항상 현장 농어민의 곁에서 함께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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