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 전담조직 ‘기대 이하’ㆍ유통사업 혁신 공언 ‘무색’

농협중앙회가 지난 13일자로 단행한 조직개편 및 정원조정안에 대해 과연 협동조합 개혁의 방향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동안 새농촌 새농협 운동을 내세워 일정정도 자율적 개혁 노력을 해 왔다고 비춰졌지만, 이번 조직개편을 보면 경제사업활성화, 중앙회 슬림화의 방향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상무대우 신설로 집행간부 증원“중앙회 슬림화 역행” 비판 높아 ▲용두사미 도매전담조직=농협중앙회는 지난 9월부터 자체 개혁 차원에서 새농촌 새농협 운동을 추진해 왔다. 그 핵심적인 내용중 하나는 농축산물 유통사업을 일대 혁신한다는 취지로 도매마케팅 전담조직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지난해 9월14일 농협중앙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도매마케팅 전담조직의 성격은 민간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도매마케팅을 전담 수행하고, 산지유통센터(APC), 종합유통센터 등 산지의 생산·출하조직을 육성 지도하는 조직이다. 이 조직은 소비지 농축산물 도매마케팅 총괄본부로서 기능을 수행하고 할인점 등 대량 수요처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전개하는 동시에 산지 생산·출하조직에 대한 농산물 상품 개발지도 및 통합발주가 목표였다. 그러나 지금 나온 모양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평가다. 조직개편안을 보면, 농산물 도매유통을 총괄하는 도매유통본부는 유통지원부·도매사업단·양곡부로 구성되고, 양곡부 아래에 서울양곡공판장과 ㈜농협유통의 양곡유통본부를 통합한 양곡유통센터를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다. 공판사업부를 유통지원부로 바꿔 도매사업 총괄기능을 부여하고, 내부 조직으로 도매사업단을 만들었으며, 공판장과 종합유통센터를 유통지원부 지사무소로 운영하는 내용이다. 나아가 내년부터는 도매유통 전담조직을 운영한다고 한다. 이런 모양은 그러나 농축산물 유통사업을 일대 혁신한다는 공언과 맞을지 의문이다. 조직표만 보아도 이름만 바꾸었을 뿐이지, 약간의 업무분장 말고 달라진 것은 크게 없다는 평이다. 애초 도매전담 조직을 논의할 때 기존 도매조직인 공판장(도매시장), 물류센터(양재유통센터 등)가 있는데 어떻게 그림을 그릴지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한 유통전문가는 “마케팅은 현장이고, 전쟁”이라며 “대충 이런 저런 부서를 묶어서 이름만 붙인다고 될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문제에 정통한 모 교수는 “도매전담조직은 쉽게 말해 바이어를 챙기고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게 맞다”고 논평했다. ▲위인설관 상무대우=이번 개편에서 비판 대상의 하나가 ‘상무대우’ 제도를 만든 것이다. 상무대우란 집행간부는 아니지만 직무권한이 상무와 동일하고, 경영위원회 참석 등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간부직원으로 정의된다. 상무대우는 몇 개 부서를 통할하는 상무와는 달리 특정업무를 전담 처리케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조치는 사실상 집행간부를 증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앙회 슬림화와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한 협동조합 전문가는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문제점이 이사회가 아니라 직원인 상무들이 경영위원회를 통해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인데, 상무대우까지 만드는 것은 개혁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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