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그대로 영농조합법인

 

|김형호 대표

바른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끝이 없다. 오죽하면 경찰이 불량식품을 4대 사회악으로까지 지정했을까. 믿을 수 있는 먹거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 소비자들의 생각도 크게 변했다. 가격보다는 안전, 그리고 맛에 비중을 둔다. 믿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의사가 분명하다. 이런 측면에서 전통을 고집하면서도 저염장아찌, 기능성두부 등 새로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가고 있는 자연그대로영농조합법인(이하 자연그대로, 대표 김형호)은 농식품 전문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잘 보여준다.

“절임식품을 생산하는 식품 가공공장이지만 공장에 소금은 단 한 톨도 없습니다. 제조방법은 전통방식을 유지하지만, 맛과 영양은 21세기 소비자에게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염장아찌 등 반찬사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자연그대로 김형호(58) 대표의 확고한 소신이다. 김형호 대표는 “반찬사업은 농업을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주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가능성이 큰 분야지만 위험성도 크다.

지난해 매출 4억1000만원 기록

김 대표의 이런 신념은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첫 해 1억7000만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나트륨 문제가 대두되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저염제품을 새롭게 개발하며 지난해 4억1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부터 두부 등 제품군이 크게 확대되면서 매출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2009년 8월 절임반찬을 가지고 첫 사업을 시작했다”며 “당시 허름한 건물을 임대해 운영했는데, 이런 환경에서 식품을 제조하는 것이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제대로 된 공장을 짓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한데, 소비자에게 어떻게 떳떳할 수 있겠느냐가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의 의지가 통했는지 2012년 전남도에서 친환경식품 인프라구축 사업을 공모했는데, 여기에 선정돼 지금의 시설을 갖췄다.

김 대표는 “새로운 공장은 HACCP 등 식품안전기준을 충족시키는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식품사업에 있어 첫 번째 덕목이 바로 안전성이기 때문이다.

시설만 갖추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어쩌면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는데, 기존 절임반찬만으로는 시설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던 것. 여기에 나트륨 섭취 문제가 대두되면서 절임식품 자체에 위기가 도래했다.

우선 기존 제품에 대한 변화가 필요했다.

김 대표는 “전통방식을 고집하던 절임류도 변화된 소비자의 입맛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며 “그 결과물이 저염간장조림과 저염고추장장아찌 등 새로운 특허제품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제조공정을 바꾸다보니 공장엔 소금한톨 없이 절임식품을 만든다.

절임식품 외 기능성 두부도 개발

뿐만 아니다. 절임식품 이외 다른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했다. 김 대표는 “하루하루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가동률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지역농업인과 상생할 수 있는 품목으로 두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농업인들이 생산한 콩을 수매해 기능성 두부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농업인에겐 안정적인 소득을, 자연그대로는 원료에서부터 제품까지 농업인이 직접 만든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쌓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자연그대로는 절임반찬에서 두부, 된장, 김치 등으로 제품을 대폭 확대했다.

현재 모싯잎두부, 삼채두부를 생산 중인데, 두부에 모싯잎 분말이나 삼채를 가미해 제조한다.
삼채는 쓴맛, 단맛, 매운맛 등 세 가지 맛이 있어 ‘삼채’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두부로 만들어도 그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두부 제조과정에 쓰이는 간수의 짠맛까지 더해져 특별한 소스 없이 생으로 그냥 먹어도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요즘 김형호 대표에겐 새로운 고민이 있다. 바로 유통이다. 영농법인을 구성하고 있는 5명의 농업인의 힘만으로는 새로운 유통망을 개척한다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최근 옥션, 지마켓 등 온라인판매는 물론 전남도가 운영 중인 남도미향 브랜드를 달고 수도권 반찬가게에 납품하고 있다”며 “그동안 대형마트에도 납품을 했지만 대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브랜드 인지도로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에 영농법인 차원에서 영업관리 등을 책임질 유통전문가를 선발, 조만간 업무에 결합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맛이나 품질, 제조방법 등을 따지기보다 어느 기업에서 만들었느냐를 먼저 살피고, 결국 마케팅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대기업 제품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또한 김 대표는 “‘지역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창업 이후 강진군을 첫 번째 마케팅 대상으로 삼았다”며 “그 결과 장아찌 등이 강진군의 ‘10대 명품’으로 지정된 것은 물론 지역별 매출실적에서도 강진군이 단연 1위”라고 자랑했다.

장아찌 등 ‘강진 10대 명품’ 지정 자랑 

끝으로 김 대표는 “‘자연그대로’라는 이름은 ‘우리 가족이 먹는 먹거리’처럼 순수 자연식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라며 “언제든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모든 열정을 바칠 것”이라고 밝혔다.

강진=최상기 기자 choisk@agrinet.co.kr
 

김형호 대표는? 강진군에서 33년간 공직생활을 하다 인생 2막을 새롭게 시작하자는 생각에 정년을 7년 앞두고 지난 2009년 ‘자연그대로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순수 자연식품을 생산 중이며, 저염장아찌나 기능성두부 등 이색 먹거리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자연그대로’라는 이름이 곧 신뢰

프리미엄 식품 대표 브랜드 ‘빚고담고’
제품생산 전 과정 HACCP 기준 충족

‘자연그대로’의 브랜드는 ‘빚고담고’다. 자연으로 빚고, 정성으로 담근다는 의미다.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자연에서 얻은 신선한 원재료를 자연숙성과 오랜 시간을 통해 만든 ‘프리미엄 식품’을 추구한다.

자연그대로는 현재 고추, 깻잎, 무, 마늘쫑 등의 절임류와 배추김치, 감태김치 등 김치류를 전통방식으로 제조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자연그대로는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나트륨 과다섭취 문제가 대두되자 저염장아찌 등 새로운 제조방법을 개발, 2건의 특허까지 획득했다. 또 지역 농업인이 생산한 콩을 이용한 기능성두부(모싯잎, 삼채 등을 활용한 두부제조)로 제품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제품의 다양화는 매출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2012년 2억30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4억10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최신시설과 품질 좋은 원재료에서 출발한다. 음식은 물맛이 절반이라고 하는데, 강진 월각산의 지하암반수가 또 다른 자랑이다. 여기에 압력솥 기능설비를 통해 두부 맛에 고소함을 더했다. 그리고 제품생산 전 과정은 HACCP 기준을 충족한다.

이런 노력에 2011년 강진군 농특산물 명인·명품으로 지정된 바 있으며, 전남도지사 품질인증 획득으로 전남농수산물 공동브랜드인 ‘남도미향’에도 참여 중이다.

강진=안병한 기자 anb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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