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거치지 않고 중도매인과 직접거래 늘면서 법인 역할 축소 우려 고조
서울시공사 ‘일방통행식 행정’ 지양…정부도 소극 자세 탈피, 원칙 세워야


가락시장 수산부류 상장예외품목 지정 확대를 둘러싸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시장도매인제도 때문이다.

가락시장 수산부류 법인들은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이하 서울시 공사)의 상장예외품목 확대 움직임은 시장도매인제로 가기 위한 전 단계라고 말한다. 시장도매인제 반대의 원인과 현재 갈등의 해법에 대해 짚어봤다.

▲왜 논란이 되고 있나=수산부류 법인들이 시장도매인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울시 공사가 자신들을 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는 수산부류 법인들의 서울시 공사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 공사가 제도개선위원회를 연 당시 공사 관계자의 “수산물은 모두 상장예외품목으로 간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여기에 법인들이 그동안 가락시장에서 해 온 역할은 전혀 무시되고 있다는 서운함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자신들이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가격결정의 지표를 제공하면서 유통의 한 축을 담당했음에도 이러한 공적인 면이 무시되고 있다고 얘기한다.

가락시장의 한 법인 관계자는 “공영도매시장을 만든 취지가 무엇이냐. 정확한 물량 집계와 공정한 가격 형성이 아닌가”라고 물으며 “유통제도를 변화시킨다는 취지로 시장도매인제도가 해법인 것처럼 법인의 기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도매인들은 법인들이 산지 수집기능은 외면한 채 경매에 따른 수수료만 받아 먹는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법인들이 수수료의 사용은 경매행정에 필요한 시간과 장소, 인력에 소요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역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유통인은 “그렇다면 산지에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도매시장에 상장되는 전 과정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법인에 대한 불신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해법은 없나=시장도매인제가 수산부류에 언제 도입된다는 확실한 시점은 없다. 그럼에도 수산부류 법인들이 도입의구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상장예외품목의 확대 움직임이다. 상장예외품목을 확대하면 경매를 거치지 않고 중도매인들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품목이 늘어난다. 이럴 경우 당연히 법인들의 역할이 줄어들게 되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시장도매인제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에 따라 상장예외품목 확대에 앞서 이해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논의와 설명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수산부류 법인들과 중도매인들 역시 자신들의 이익에만 목적을 두기 보다 시장활성화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이 기회에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공사도 일방 통행식 행정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은 다양한 이해 관계인들이 모인 곳인 만큼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다만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 불만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을 최대한 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무조건 시장도매인제가 대안이라는 것 보다는 법인 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을 도입하거나 산지위판장 경매 이후 도매시장 경매의 폐단 등도 점검하는 방식이 선행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는 것.

양승룡 고려대 교수는 “공사의 역할은 시장의 주체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돕는 것이고 각 주체들도 제 역할을 할 때 가락시장이 활성화 된다”며 “무조건 경매제를 없애고 시장도매인제로 한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정부의 역할 변화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는 최근 수산부류 법인들이 제기한 민원 회신에 대해 상장예외품목 확대는 농안법에 근거해 추진하라는 답변을 했다. 법인들과 서울시 공사가 상장예외품목을 산정하는 자료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인정할 수 있는 자료를 갖고 논의하라는 의미의 소극적인 자세다.

그러나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면 수산물 유통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경매제도가 사실상 자리를 잃게 되고 그 자리를 시장도매인제가 대체하게 된다. 가락시장에서 역할을 담당했던 법인들은 위축되고 대신 시장도매인들, 다시 말해 현재 중도매인들이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그만큼 수산물 유통분야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7월 수산물 유통구조 대책을 발표한 만큼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면 이 대책과 어떻게 연계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또한 이러한 갈등이 단순히 가락시장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와 구조에 따라 산지, 시장, 유통과정별로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 있어 지금부터라도 원칙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하고 있다.

수산물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락시장의 현재 갈등은 수산물 유통 전체로 볼 때 지엽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어떠한 경로에서 또는 형태로 나타날지 모르는 만큼 정부에서의 원칙과 책임이 분명히 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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