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위원회가 14일 실시한 업무보고에 참석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김흥진기자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정 체결시 농업기반 붕괴 우려
“쌀 관세화 협상 강대국에 끌려가지 말고 주도” 주문도
AI 예방적 살처분 농가 73%가 음성판정…보완 목소리


최근 농산물 가격 폭락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 14일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보고에서 농해수위원들은 이 같이 강조했다. 이들은 또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정이 체결될 경우 국내 농업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고 쌀 관세화에 대해서는 정부가 협상에 강대국들에게 끌려가지 말고 주도적으로 나서라고 주문했다.

▲농산물 가격 폭락=농해수위원들은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은 “지난해 1240원이었던 배추가격은 360원까지 폭락했고 양파는 2000원대에서 680원 수준으로, 대파는 2200원에서 1200원대로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양파 TRQ 물량을 예정 보다 2만4000톤을 추가 배정해 4만4330톤을 수입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농산물 가격이 떨어질 때는 정부가 책임도 안지면서 관세가 낮은 TRQ 물량을 추가로 배정해 들여올 필요가 있었냐”며 “TRQ 물량을 초과해 수입할 때는 국회의 심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전북 고창·부안) 의원도 “가락시장을 가보면 도매가격으로 양파 72.6%, 대파 50% 이상 가격이 떨어졌지만 정부 대책은 효율성이 전혀 없고 오히려 농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전남 장흥·강진·영암) 의원은 “채소값이 말도 못하게 폭락했는데 중앙정부가 광역·기초 지자체와 협업 또는 협의를 통해 농가들이 안정적인 가격 속에 소득이 보장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명희 새누리당(비례) 의원은 “UR 협상이 체결된 지 20년이 흘렀는데 올해 마늘과 고추 수입량은 94년 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반면 국내 생산량은 50% 감소했다”며 “당시 냉동 고추와 마늘 관세가 27%로 책정되면서 이들의 수입량이 급증했지만 정부는 생산자를 보호할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정=정부가 미국과 진행하고 있는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정이 체결될 경우 국내 농업기반의 붕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고조됐다.

김승남 새정치민주연합(전남 고흥·보성) 의원은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정과 관련 “GMO 허용기준이 우리는 0%인 반면 미국은 5%를 인정하고 있고 식품첨가물 허용개수도 우리는 78개, 미국은 98개로 차이가 있다”며 “미국은 우리 기준을 허물고 자기 기준대로 요구하고 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김승남 의원은 “농민들이 생산한 가공식품을 기업들이 구매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소비하느냐”며 “기초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이 미국과 동등한 조건으로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 농업기반 붕괴는 명약관화다”고 덧붙였다.

윤명희 의원은 “국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된다”며 “좀 더 신중하게 협상을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쌀 관세화=이날 회의에서는 정부가 쌀 관세화 협상에 끌려가지 말고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영록 의원은 “정부가 쌀 관세화 여부를 6월까지 결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쌀 관세화 여부에 대한 이견이 많은 상황에서 농민들과 논의를 하고 있느냐”며 “현상유지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우리 정부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 않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모든 품목을 예외 없이 개방하라는 것은 강대국들의 논리로 국가별로 최소한 한 두 개 품목은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맞는 논리 아니냐”며 “끌려다니는 협상만 하지 말고 우리가 주장할 부분도 강하게 하라”고 주문했다.

이운룡 새누리당(비례) 의원은 “10년 전 쌀 관세화에 대한 재연장을 논의할 때 정부는 연구용역, 토론회, 설명회 등 공론화 작업을 81회 개최했지만 올해는 의견수렴 과정이 고작 22건 정도”라며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의 의견 수렴을 적극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AI=국회 농해수위원들은 이날 AI와 관련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경대수 새누리당(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의원은 “AI 예방적 살처분을 시행한 농가의 73%가 나중에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결과적으로 음성 판정을 받은 654만수가 매몰 처분됐다”며 “전염병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살처분되는 부분은 보완돼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이동제한과 관련해 경대수 의원은 “전국적으로 64곳이 이동제한 명령지역으로 선정됐는데 닭과 오리의 사육기간이 각각 33일, 44일인 점을 감안하면 농가들을 너무 강하게 압박하는 것 아니냐”며 “철원의 한 농가는 이동제한으로 인해 보온재인 왕겨를 조달받지 못해 난방비만 350만원이 발생하는 등 피해를 봤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춘진 의원은 “매년 1000억원대 이상을 살처분 보상비로 지급하는 상황에서 (질병이 발생하는 시기에) 입식제한을 3개월 동안 진행하고 대신 농가들이 받는 수수료의 50%를 지급해주는 방안을 농가들이 제안해왔다”며 “서해안벨트 지역에서 오리를 시범적으로 우선 실시해보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하태경 새누리당(부산 해운대구기장군을) 의원은 축산과학원의 AI 발생에 대해 “축사 또는 계사의 출입을 확인할 수 있는 CCTV 67대 중 11대가 고장 났고 영상보존 기능도 대부분 없으며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전문인력도 없다”며 “AI 발생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는 등 관리가 부실하다”고 강조했다.

▲기타=김춘진 의원은 “통계청 자료를 보면 농민 소득 양극화가 무려 12.43배에 달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봐도 28.6배에 달한다”며 “일반 시민들은 4.8배인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농민들의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또 “정부가 그동안 119조원, 한·미 FTA 체결 후 24조원 등을 투입했다고 하지만 정작 농업예산은 제자리거나 줄어들고 있는 등 결과적으로 농가 소득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며 “결과가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가 어떻게 목표를 수립해 수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남 의원은 “군인들에게 보급되는 시유 용량을 당초 250㎖에서 200㎖로 변경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되면 낙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며 관계부처와 협의를 다시 할 것을 촉구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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