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정이 체결되면, 국내 GMO 기준의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기가공식품에 한해 ‘GMO 불검출’을 요구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GMO의 비의도적 혼입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 관련 기준치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 9일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인정을 위한 제1차 협의가 개최된 경북 김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선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주도로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상 반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환농연은 “유기가공식품의 ‘GMO 불검출’을 요구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일반식품과 유기가공식품 구분 없이 GMO의 비의도적 혼입을 허용하고, 이에 대한 기준치도 없어 국민의 먹거리 안전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안전한 농식품을 공급해왔고 이 땅에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 발전시켜왔던 친환경농업생산자, 친환경가공생산자, 소비자들은 GMO 기준을 무력화하여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상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GMO의 비의도적 혼입을 허용하지만, 대다수 국내 언론에 알려진 바와 달리 5%라는 구체적인 기준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가피한 환경에 의한 오염물질을 5%까지 허용하는 기준이 있지만, 여기에 GMO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 측 공식입장이다.

이에 따라 유기가공식품에 한해 ‘GMO 불검출’ 기준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와, GMO의 비의도적 혼입을 사실상 ‘무한대’로 허용하는 미국이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기가공식품 전문가는 “미국의 경우 GMO의 검출 유무보다는 GMO가 의도적으로 사용됐는지 등 유기적인 관리시스템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현재 세계적으로 유기와 일반식품을 구분하고 유기가공식품에 한해 ‘GMO 불검출’ 기준을 갖고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기 때문에, 미국 측에서 ‘GMO 불검출’ 기준을 문제 삼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자칫 국내 ‘GMO 불검출’ 기준이 무력화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농관원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통해 일부 규정에서 양측이 서로 다른 차이점을 확인하고, 5월 초 차기 협의에서 남은 차이점을 줄여 나가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앞으로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한편 소비자 농업인 등에게 동등성 인정의 원칙과 방향을 설명하는 등 동등성 인정 협정이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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