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벌이 있어요.” “가지 딸까요? 언제 따요?”

도시 한복판 옥상에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길가는 사람들을 멈추게 할 정도로 흥겹다. 인솔 교사의 안내로 삼삼오오 옥상에 마련된 상자 텃밭에서 아이들은 마냥 신난다. 한 아이가 자기 팔뚝만큼이나 자란 오이를 보면서 “선생님! 오이 따도 돼요?” 묻자 주위의 친구 아이들이 모여들면서 선생님의 오이 설명이 이어진다. 마치 오이 박사처럼 어떻게 자라고 오이는 어떻게 따는 것부터 “그랬어요, 저랬어요...” 동화책을 읽는 듯한 모습에 아이들은 신기해 하면서 한 손으로 만져보고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면서는 주렁주렁 열린 오이 하나를 직접 따본다.

(신기어린이집 원장 김용희)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신기어린이집’은 이렇게 3년간 옥상 텃밭 운영을 시작으로 친환경 급식에 모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01년에 개원한 이래 아이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어린이집 자체를 친환경으로 꾸미고 있다.

신기어린이집은 영아 4반과 유아1반 등 총 46명의 어린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여느 어린이집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3년전 옥상 텃밭 교육과 녹색식생활 교육이 시작되면서부터 건물 자체가 친환경으로 변했다.

이곳에서 만난 함정현 교사(주임)는 “텃밭에서 완두콩을 비롯해 배추와 각종 채소를 재배하여 김치와 떡 등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교육에 주력하고 있다”며 “현재 3세의 어린이들은 유아기부터 텃밭 체험과 녹색식생활 교육을 경험한 상황에서 상추쌈, 김치 등 채소 먹기에 거부감이 덜 하고 요리만들기에 흥미를 많이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녹색식생활 교육이 아이들의 건강과 정서교육에 매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2층 옥상 텃밭의 채소기르기에는 동네 노인들도 함께하고 있다. 어린이집 건물에 노인정이 있어 채소기를 때 노인들과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엄마들도 생소한 된장, 고추장 담그기 체험을 노인 회원과 함께 진행한다. 노인들의 여가활동은 물론 아이들에게 채소 재배방법과 밥상머리 교육과 같은 자연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텃밭의 채소 교육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식탁으로 이어진다. 아이들 식탁 요리는 안양보육정보센터에서 권장하고 감수한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오전 11시30분부터 영아부터 시작되는 점심식사는 별도로 만들어진 다목적 식사공간에서 이뤄진다. 식사예절과 녹색식생활 교육을 위한 경영방침으로 식탁이 자리잡은 중앙 벽면에는 ‘Green 아이, Green 세상’이란 제목으로 각종 농축수산물 식재료에 대한 영양과 소중함이 그림으로 전달된다. 식탁마다 인솔 교사들이 참여하여 소고기국은 몸을 튼튼하게 하는 고기고 먹는 음식은 농부들이 키워서 조리 선생님이 맛있게 만들었으니 감사하고 즐겁게 식사하자는 설명이 이어진다. 무엇은 어디에 좋고, 누가 만들고... 등에 대한 설명으로 그야말로 밥상머리 교육이다.

신기어린이집에서는 매년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이용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결과 68% 가량이 녹색식생활교육프로그램을 꼽았다. 텃밭활동과 유기농재료를 활용한 요리체험 등이 그 뒤를 이어 자연과 접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체험하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냈다.

‘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라는 말이 있다. 영유아들로 구성된 어린이집에서 제대로 된 녹색식생활교육이 어른이 될 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텃밭에서부터 요리 만들기, 식사까지 보고 만져보고 먹어보면서 녹색식생활교육의 궁극적 목표인 환경, 건강, 배려를 영유아기부터 신체적, 정신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어린이집 교육 프로그램을 의욕적으로 안내한 함정현 교사는 “텃밭 운영을 포함한 녹색식생활교육의 중요성과 어린이들의 반응 결과를 볼 때 매우 필요한 과제”라며 “다만 이런 어린이들의 교육이 가정에서도 쉽게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엄마와 아빠들의 교육과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친환경음식 만들기’라는 과제로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직접 마트 장보기와 음식만들기를 실시해 책을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아침밥 먹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아침밥을 먹으면 부모님들이 스티커를 붙여주는 과제도 실시한 바 있다. 어린이집에서만이 아니라 가정에서 부모님들과 함께 건강한 밥상 만들기를 실천함으로써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기어린이집 2층 옥상 텃밭에서 자라는 배추와 열무, 대파, 오이 등 수십가지의 채소들은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명약임에 틀림없다. 텃밭 중앙에 붙여진 푯말에 ‘신기 텃밭에서 자라고 있어요’라는 말처럼 아이들의 꿈과 건강이 만들어지는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이다.

홍치선hongc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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