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걸음마단계 국내 유기농 식품 위협

지난 15일 본사에서는 ‘유기식품에 대한 동등성 규정 도입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유기식품 인증제도 동등성 규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친환경농업육성법안 중 동등성 인정 근거 규정을 마련 입법예고 했다.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유기식품 등에 대한 인증을 시행하고 있는 외국의 정부 또는 인증기관이 동일한 수준의 적합성을 보증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우리나라 인증제와 동등한 수준이상의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동등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유기식품 인증의 동등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특정국가에서 유기식품으로 ‘인증’을 받은 식품을 다른 나라에서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같은 효력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유기식품에 대한 동등성 규정을 도입할 경우 이제 걸음마 단계인 국내 유기농업 및 유기가공 식품산업이 존폐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동등성 규정이 도입되면 외국의 유기식품 인증을 국내에서 그대로 인정해 주게 되고, 결국 인증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한 외국산 유기식품 및 원료가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와 환경농업단체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그 해법을 알아본다.

<정부 측 입장>

국산 유기가공식품 중 국산 원료를 사용한 제품은 16% 수

준(’08)으로 국내 유기가공식품 생산은 대부분 수입 가공원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반해, 외국 유기가공식품 생산업체 중 국내 인증을 받은 업체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받은 업체(304개소) 중 해외업체는 62개(20.4%)에 불과

(’11.6월 현재) 하다. 동등성을 인정하지 않고 인증제를 전면 시행할 경우, 국내 유기가공식품 생산업체의 가공용 원료 조달에 차질이 우려된다.

유기가공식품의 경우 다양한 원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국내 원료로만 가공산업을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상호 동등성 인정 추진으로 유기식품 수출 시장 개척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외국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은 수입유기식품의 경우 국내 인증절차를 다시 거치는 경우 소비자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할 뿐 아니라 수입식품 인증을 위해서는 충분한 해외 인증기관 확보 및 심사원 수 확대가 선행되어야 하나 아직까지는 부족한 상황이다. 다 원료 수입유기가공식품의 경우 모든 사용원료를 일일이 다 인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으며, 인증제 도입 이후 외국의 동등성 인정 요구에 대해 국내법 근거 미비를 이유로 불가 입장으로 대응해 왔다. 기존 정부 입장대로 동등성 인정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대외적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환경농업단체 등 농민단체 입장>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아래 동등성 규정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기식품 및 원료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와 미국 등 유기식품 수출국 간의 상호 동등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유기가공식품 시장을 개방하기 전에 국내 유기농업 및 유기가공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육성정책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08년 6월 유기농식품 생산을 장려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유기가공식품인증제(이하 인증제)를 도입했다. 이는 기존의 유기가공식품표시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정한 외국의 339개 기관의 인증을 국내에서 그대로 인정해줄 뿐 아니라 수입업자 등이 유기관련 표시를 임의로 할 수 있어 유기가공식품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증제 도입과 함께 폐지될 예정이었던 표시제는 2012년 12월 31일까지 연장된 상황이다. 정부는 유기가공식품표시제 폐지를 공언해왔지만 미국 등 6개국 고위공무원단이 인증제 전면 실시 연기, 표시제 연장, 동등성 인정, GMO 비의도적 혼입치 인정 등을 공식 요청하자 당초 입장을 뒤집었다. 따라서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외국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동등성 규정 도입이 추진되는 만큼 외국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한 후 동등성 규정을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해결 방안은>

유기식품 동등성 규정과 관련, 정부와 환경농업단체간의 입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정부는 생산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필요성을 제기했고, 환경농업단체는 친환경유기농업과 농민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서로의 입장이 다른 요인도 있지만 너무 불신의 골이 깊다는 점이다. 결국 불신의 골을 해결할 수 있는 유기식품 동등성 인정에 따른 향후 파급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 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성급하게 추진하기 앞서 환경농업단체 등 관련 전문가가 참여해 파급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 자료를 갖고 충분한 의견 교환을 통해 해법을 찾게 된다면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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