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위한 규제 아닌 ‘상생 위한 규제’로

실적위주 정책 지양…부처간 협업기반 구축 시급
식생활교육 등과 연계, 산업발전 밑거름 되도록
국산 원료로 활용 차별화…소비자에 정보 알려야


식품안전은 식품진흥과 함께 식품산업의 쌍두마차로 통한다. 식품진흥을 이끄는 식품산업진흥법이 있듯, 5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식품위생법은 식품안전을 위한 지침서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도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 1년여의 기간은 특히 ‘식품안전’이 강조되던 시기였다. 그동안 식품안전은 식품산업의 중요한 영역이었지만 반대로 식품산업을 옥죄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불만도 있어왔다. 그렇다면 식품안전이 진화해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관련 업계와 전문가 등은 식품안전이 식품산업 발전의 토대가 돼야지 식품진흥과 경쟁상대가 되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식품산업의 밑거름이자 규제로 여겨졌던 ‘식품안전’=지난해 정부 출범 당시 그 어느 업계보다 농식품업체들은 많은 반발을 했다. 농정부처명에서 식품이 빠지려 했고, 식품보건당국에선 식품업무가 대거 포함된 채 위상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반발의 이면 속엔 ‘분명 식품안전이라는 명목 하에 규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식품안전정책에 대한 식품업계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기도 했다. 전통주 업체의 한 관계자는 “7월 식품위생법에 전통주 등 주류 관리도 포함되는 과정 속에 식품안전 위상이 강화돼 불안한 게 사실이었다”며 “발효과정을 거치고 옛 제조법을 따르는 전통주를 대형주류업체와 동일 잣대를 대는 것은 전통주 업계에 큰 불만사항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우려와 달리 식품안전 통합관리로 인한 효율성을 가져왔다고 반기는 분위기도 있었다. 식품업체의 한 대표는 “설이나 추석 등 식품업체의 성수기이자 가장 바쁜 시기에 각 기관별로 관리·감독을 나왔는데 올해는 범부처 합동점검을 나와 효율성을 증대시켰고, 앞으로 부처가 협력해 통합식품안전정보망을 구축한다고 하니 이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고 밝혔다.

▲어떻게 진화해야 하나=1980년대 후반 우지라면파동을 비롯해 2000년대 만두파동, 김치기생출알 파동 등 식품안전과 관련된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했고, 또 큰 이슈가 돼 왔다. 반면 그 이후가 없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한 마디로 파동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식품안전 사건이 발생했고, 이것이 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쓴 약’이 됐어야 했지만 그냥 ‘쓴’ 자체로 끝났다. 그래서 이제는 식품안전이 좀 더 발전적인 방안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식품안전이 단순 규제를 넘어 상생을 위한 규제로 도약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장인석 농식품가치연구소장은 “소비자의 권리도 있지만 생산자의 권리 또한 있다”며 “기준이나 규제 강화로 산업이 위축되지 않게 생산자 여건을 같이 고민하면서 규제를 잡아나가야 하고 이는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닌 상생을 위한 규제의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위주의 식품안전정책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탁명구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사무총장은 “부처나 기관 별 실적위주의 식품안전책은 지양해야 한다”며 “진흥과 안전이 협업상태에서 조화를 이뤄 나가야 하고 부처 간 협력도 무척 중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처 간 협업이 말로는 쉽지만 사실상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며 “이 부분을 잘 조율하고, 특히 식품안전이 식생활교육 등과 연계될 수 있게 해 단순 위해식품이냐 아니냐로 끝나는 것이 아닌 산업발전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정부와 업계 간 역할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하고 있다. 방향은 정부가 잡아주되 키는 업체가 지고 가야 한다는 것.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선진국 사례를 봐도 식품안전과 관련된 정부 규제는 최대한의 규제가 아닌 과학적 규명을 통한 최소한의 규제가 돼야 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업체들이 스스로 안전도를 높여 소비자 선택을 받는 사항”이라며 “소비자 안목이 높아지고 있기 기업들이 스스로 안전성을 높여가야 하고 그런 업체가 살아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특히 “안전을 말 그대로 안전하냐 그렇지 않느냐를 넘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등의 넓은 의미의 안전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며 “이는 원료 사용에 있어서도 국산 농산물 등 뛰어난 원료를 사용해 차별화할 수 있어야 하고 소비자들이 이 정보를 잘 판단할 수 있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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