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교육 강화…여성인재 육성 급선무

협동조합 목적·가치 이해
예산 감시 등 제역할 맡도록 해야
농협도 할당제 도입 목소리 고조

여성조합원이 협동조합 내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여성임원 할당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농협은 제외돼 농협법 개정안 역시 조속한 시일 내에 통과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여성인재 발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법안이 시행되기에 앞서 여성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협동조합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개정 법안의 내용은=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수산업협동조합법과 산림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윤명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두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일선 조합에서 여성조합원의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 이사 중 1명 이상을 여성조합원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윤명희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수협의 경우 여성조합원 비율이 30% 이상인 30개 조합 중 여성이사가 있는 조합은 5개 뿐이다. 따라서 25개 조합에서 여성이사 선출이 가능하다. 다만 산림조합은 현재 이를 충족시키는 일선 조합이 없다. 법안은 공포 후 각각 3개월, 6개월이 지나면 시행될 예정이며, 임원선출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과 법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내려질 제재들은 향후 시행규칙과 시행령에 담을 예정이다.

▲농협법 개정 목소리도=법안 통과에 대해 일단 여성농어업계는 반기는 입장이다. 여성농어업인의 사회적 역할이 커지는 실정에서 여성조합원의 요구가 반영된 사업·정책이 발굴돼야 했지만 현실은 반대라는 것이다. 협동조합 내 구성원 대부분이 남성이다 보니 여성농어업인이 필요로 하는 사업이 발굴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여성농어업인 정책이 제자리걸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법안이 통과돼 여성임원의 자리가 생긴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성농어업인의 권익과 삶의 질이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서다.

그러나 법안 통과에서 가장 중요한 농협법 개정안이 빠졌다. 여성조합원의 사회진출 기회를 열어 권익과 삶의 질을 향상하자는 이 법안은 여성농업인의 비율이 절반 이상인 농업에 가장 영향력이 크다. 실제 2012년 기준 농업 주종사자 175만3501명 중 여성은 92만8810명으로 전체 농업인 중 약 53%다. 이들은 1차산업에서 벗어나 농식품 가공, 체험농장 운영 등 여성의 잠재력을 농업에 적용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의 경우 전체 965개 조합 중 여성조합원 비율이 30% 이상인 곳은 630 곳에 달하지만, 이 중 여성 이사가 있는 곳은 197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농협에도 여성임원 할당제를 두는 법안을 통과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협동조합 교육이 우선돼야=이와 함께 법안이 통과되면서 여성인재가 없다는 현장의 불만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원의 자질을 가진 여성조합원을 길러내 협동조합의 목적과 가치를 이해하고, 지역별 조합의 예산이 조합원을 위한 사업에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며, 여성임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교육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이같은 절차가 없다면 자질을 갖추지 못한 여성임원이 할당제로 선출돼 다른 이들의 의견에 동조만 할 거수기가 될 뿐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하루빨리 실시해 임원으로서 적합한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장 올 하반기부터 법안이 시행될 예정인 만큼 교육을 활성화 해 법안 시행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수협중앙회나 산림조합중앙회가 일선 조합에서 법안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안내·지도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협동조합 교육을 받고 경기도 포천농협에서 이사로 활동 중인 이춘흥(여·60) 이사는 “협동조합의 이사는 조합원을 대변하고 조합의 성공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본래 가치와 목적, 조합의 예산이 조합원을 위해 제대로 쓰이는지 관리·감독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최근 협동조합의 우수사례로 손꼽히는 곳은 모두 조합원 대상 협동조합 교육을 활발히 실시한 결과로, 그만큼 교육이 중요하다”며 “교육이 활성화 되려면 지역 조합이 회원대상 협동조합 교육에 잘 뛰어드는지 중앙회가 지도·감시·평가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천농협 이춘흥 이사

“학교에서 상담봉사를 하면서 농어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사업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농어촌에서도 문화생활을 누리고, 아이들이 행복한 농어촌을 만들기 위해 이사를 꿈꾸게 됐어요.”

보이지 않는 장벽, 여성이 목소리를 내기 힘든 조직 중에서도 특히 보수적이라는 농협에서 재선까지 성공하며 여성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경기도 포천농협의 이춘흥(60) 이사가 주인공이다.

이춘흥 이사가 조합원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99년. 당시 그는 조경으로 시작해 들깨를 재배하며 소규모 농사를 지었다. 사회복지사 2급과 평생교육사 자격증이 있는 그는 농어촌 초·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 상담자원봉사를 15년간 했다. 봉사를 하면서 농어촌의 복지와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이 농협 이사를 꿈꾸게 된 계기가 됐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4년의 임기 동안 실시한 것은 조합원 대상 복지사업 확대였다.

“농협 임직원은 학기마다 자녀 학자금을 지원받습니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은 연 60만원 지원에 그치고 말죠. 이것을 100만원으로 인상해 조합원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어요.”

이춘흥 이사는 현재 자신의 모습이 있기까지의 배경에 협동조합 교육이 있음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또한 이사의 자질로는 조합원과 협동조합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역량을 꼽았다. 이는 협동조합의 이사는 농협과 농민이 상생할 수 있도록 중간역할을 충실히 하되,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업현장에서 고생하는 조합원들의 고충을 해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십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조합원을 위한 사업으로 쓰이는지, 경영상의 문제가 있다면 이를 조합원뿐만 아니라 임직원까지도 함께할 수 있는지, 이를 관리·감독할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춘흥 이사의 경우 임기 시작 첫 해인 2010년부터 지금까지 20여차례의 협동조합 이·감사 교육을 받았으며 이 비용만 수백만원에 달한다.

그는 “농협의 경우 관련 법안이 워낙 복잡해 이사 임기 4년 동안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기가 어렵다”며 “이사가 교육을 통해 역량을 길러 지역 조합이 조합원을 위한 사업을 할 수 있을 때 조합원 및 지역조합의 발전이 함께 올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여성농업인의 조합원 가입을 독려했다. 이춘흥 이사는 “여성농업인은 보이지 않는 노동력으로 함께 영농을 하더라도 조합 배당금 같은 이익은 남성이 다 가져간다”며 “여성만이 시도할 수 있는 사업영역이 많고, 충분히 이사를 할 수 있는 역량이니 적극적으로 교육을 받고 사회진출에 참여해 변화를 이끌어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효정kang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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