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남도의 들녘은 유난히 따뜻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고온현상이 겨울 내내 이어지고 있다. 기후환경의 변화는 작물의 생육에도 큰 영향을 준다. 하우스는 물론 노지의 작물도 벌써 봄의 변화가 시작됐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처럼 이른 봄과 함께 불청객도 찾아왔다. 바로 병해충이다. 대표적으로 매실과 양파를 들 수 있다. 매실은 봄의 전령사로 불린다. 그런데 광양, 순천 등 전남도내 주산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부터 급속히 확산 중인 ‘복숭아씨살이좀벌’ 때문이다. 농가에선 아직 원인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고, 해당 해충에 대한 방제기술 또한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그 피해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 해충은 유충이 매실 종자 속을 갉아먹어 열매가 갈색으로 변하고 수확기에 떨어진다. 더욱이 종자 속에서 월동을 하기 때문에 12월 하순에도 20% 이상 살아있다. 지난해 전남도내 필지별 발생비율이 무려 43.8%에 달했다. 10농가 중 4농가 이상에서 피해를 본 셈이다.

무안과 함평, 신안 등 양파 주산지에선 양파 노균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 겨울 날씨가 예상 외로 포근해 발생 시기도 예년보다 보름가량 빨라졌다. 여기에 양파 재고량 급증으로 가격 파동도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노균병은 토양에 잠복해 있던 곰팡이균이 기온이 올라가는 2∼3월을 전후해 양파 잎을 노랗게 변하게 한다. 이렇게 1차 감염된 양파는 모두 뽑아낸 뒤 주변에 약제를 살포해야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병은 키우면 키울수록 커진다. 그만큼 병해충 방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지금부터 각 품목별 주산지를 중심으로 예찰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매실이나 양파 등 이미 위험에 노출된 작목의 경우 지자체 차원의 방제활동을 강화해야 농가피해를 줄일 수 있다.
최상기chois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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