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가꾼 농작물 값이 폭락하면서 겨울 들녘에는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커져만 간다. 강원도처럼 눈이 많이 내려서도 아니고 흉년이 들어서도 아니다.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풍년 때문이다.

생산량이 늘면 소득이 줄고 생산량이 줄면 소득이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올해도 나타났다. 최근 제주 무 가격이 서울 가락시장에서 5000원(18㎏) 안팎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500원 안팎에 비해서는 크게 하락한 것이다. 당근 가격은 지난해 최고 9만원대에서 1만원대로 곤두박질쳤고 양배추 값도 1년 전보다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농민들은 수확해봤자 생산비조차 건지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농협과 폐기처분 계약을 맺고 밭에서 폐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월동채소의 경락가격은 10~20% 차이가 아니라 몇 배 이상의 가격 차이로 인해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수년에 한번은 대박과 쪽박이 교차한다는 가격 악순환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나. 그럼에도 대책은 없어 보인다.

가격폭락 사태가 벌어지면 단골처럼 나오는 대책이 시장격리이고 그 방법은 산지폐기다. 대학교수들이나 정책입안자들이 주장하는 근본적인 처방은 정확한 재배의향 조사·관측, 적정생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지유통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원물을 저장해서 수급조절을 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분명히 근거가 있고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론은 있는데 실천이 없다. 이러한 주장은 십년도 더 됐지만 제주의 월동채소 처리 난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원인과 해결방법은 아는데 실천방안이 없으니 더욱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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