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보다 신청률 높게 잡고
명확한 평가기준도 없어
창업분야만 확인하거나
과거 지원여부 따라 배분


개별 사업장당 1억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하며 농업인 창업지원의 대표 격인 농촌진흥청 소규모창업기술시범사업(이하 소규모창업지원)이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허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의 경우 사업신청 과정에서 사업량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실제 수요자보다 신청률을 높게 잡고,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평가절차가 주먹구구식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는 사업의지가 확고한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소규모창업지원 사업내용은=농 촌진흥청이 운영 중인 소규모창업지원사업이란 국내산 원료를 사용한 농업인의 창업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종전의 농촌여성일감갖기사업이 확대된 것이다. 이 사업은 당초 여성농업인만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나 남성농업인도 신청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여 2009년 사업대상자가 전체 농업인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한과·김치·장 류제품 개발 등 여성의 특성이 반영된 창업이 주를 이루며 창업주의 약 90%가 여성농업인이다. 2013년에는 보다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인 지원에서 2인 이상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인 공동사업체로 대상자가 바뀌었다.

지원금액도 점점 증가해 2006년 사업장당 4500만원에서 2009년 1억원으로 확대된 금액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사업량은 2006년 9개소에서 2011년 17개, 2012년 21개, 2013년 22개로 증가했으나 올해는 15개소로 감소했다. 사업대상자로 선정되면 1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으며, 이 사업비는 창업에 필요한 작업장·시설 설치 등 기반조성과 상표등록 및 출원, 컨설팅, 우수지역 벤치마킹 등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사업주관기관은 시군 농업기술센터로, 센터에서 사업 수요조사를 실시해 이 결과를 도 농업기술원에 통보하고, 기술원은 다시 진흥청에 수요조사 결과를 알린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진흥청에서 지역별 배분을 하며, 기술원은 다시 시군 사업지를 선정해 기술센터에 통보한다.

▲심사 제대로 이뤄져야=문제는 이 사업의 지원금액이 상당해 사업신청 비율이 높음에도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허점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일부 도 농업기술원의 경우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많은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실제 수요자보다 1~2배 정도 늘린 수치로 진흥청에 신청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농촌진흥청에서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별 배분을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부풀려진 수요조사로 인해 실질적인 수요자가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여기에 도 농업기술원에서 시군 대상지역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평가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도 농업기술원이 시군별 사업량을 확정함에도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대상자 선정권한이 있다는 이유로 수요조사 단계에서부터 사업계획을 확인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계획서 등을 통해 해당 사업이 어떤 경쟁력과 가능성을 가졌는지를 심사하지 않고 창업분야만을 확인하거나 과거에 어떤 시군이 사업을 받았는지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1억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 자칫 주먹구구식 사업계획을 통해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따라서 도 농업기술원이 시군별 사업을 분배하기 전인 수요조사 단계에서부터 꼼꼼하게 사업계획 등을 확인하는 절차나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지만, 현재 체계로는 대상자 선정과정에 허점이 있어 보인다.

어느 도 농업기술원 담당자는 “사업계획서는 확정된 시군에서 나중에 받고 도에서는 시군별로 어떤 사업을 할지 개괄적으로만 파악하고 있다”며 “사업지침에 맞는지만 파악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선정체계로 인해 1억원이라는 창업자금을 지원하면서도 사업자를 선정하는 권한이 기술센터에만 집중되면서 정보가 편중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술센터에서 관리하는 생활개선회 소속 회원들에게 관련 정보가 집중된다는 게 그것이다.

한 여성농업계 관계자는 “소규모창업지원은 지원금액도 크고 활용폭이 넓기 때문에 농식품 가공업과 관련해 여성농업인들의 관심이 크다”면서 “하지만 정작 이 같은 사업이 있는지도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니 기술센터가 오랜 기간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홍보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농업인은 “사업장당 1억원 지원은 매우 큰 금액이기 때문에 명확한 사업추진 의지가 있는 사람을 선정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며 “사업비를 지원받고 폐업하더라도 아무런 패널티가 없는 만큼 기술센터 및 도 농업기술원이 경쟁력 있는 사람을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효정kangh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