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 대신 끓여 먹은 오리죽을 가족 모두가 맛있게 먹었다.

영화를 보았다. 요즘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변호인’이다. 모처럼 가족이 함께 본 영화다. 관객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으니 대단한 인기다. 허기야 우리까지도 일조하고 있으니 알만하다. 破竹之勢(파죽지세)가 따로 없다.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날마다 점심으로 먹는 돼지국밥, 주인공이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관객의 미각까지도 훔친 듯싶다.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그 뜨신 국밥에 정구지 팍팍 넣어 한 숟가락 푹 떠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후루룩’소리가 어찌나 정겹던지.

“엄니! 정구지가 뭐야? 그리고 돼지국밥은 먹을 만해요?”

고기국물을 싫어하던 아들마저도 그 맛이 꽤나 궁금한가보다.

돼지국밥. 언젠가 친구들과 1박2일로 부산에 갔을 때 아침상에 올라 왔었다. 정구지 무침과 깍두기·양파·고추·파·새우젓이 함께 나왔고, 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지만 비계 씹는 맛이 영 불편해 뽀얀 국물만 떠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한집건너 돼지국밥집 간판으로 이 음식은 부산·대구 등 경상도에서는 흔하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라 한다.

정구지. 여기서는 부추 또는 졸 이라고 부른다. 정구지라는 말이 생소하긴 해도 이 부추는 남편과 아들들이 즐겨 먹는 채소이기도 하다. 무침도 좋아하지만 부침개를 더더욱 좋아해 봄부터 가을까지 마당가에 심어놓고 수시로 베어다 쓰곤 하였다. 부추는 따뜻한 식물로 남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식재료라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밖이 어두워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우리 식구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이 음식을 찾아서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순댓국집은 자주 눈에 들어왔지만 왜 인지 돼지국밥집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포기 할 수밖에. ‘꿩 대신 닭’이라고 집에 돌아와 오리 죽을 먹기로 하였다. 전날에 먹고 남은 오리국물에 고기와 찹쌀을 넣고 죽을 끓였다. 돼지국밥에 대한 기대감으로 많이 출출 했는가보다. 모두 맛있게 먹는다.

진한 감동 때문일까. 父子는 저녁상을 물리고도 한동안을 영화 속에 갇혀서 ‘국가란 국민이다’라는 말에 동감하며 정의와 옳음, 소신에 대하여 모처럼 주고받는 대화가 사뭇 진지하다. 해가 바뀌었다. 올 한해도 이해와 용서와 사랑으로 서로를 감싸 안으며 소통의 길로 함께 나갈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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