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 바람 속으로…자연변화 느끼게

‘춥다, 옷 버린다’ 집에만 가두지 말고

인공눈 속 스키캠프, 눈썰매장보다

하늘서 내리는 눈 쌓이는 눈밭으로


Q.겨울이면 볼 수 있는 반가운 손님 가운데 하나가 눈이다. 그러나 눈이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게 나이가 들어서임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다만 내가 하는 일에 큰 지장만 주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하얀 눈을 보고 들뜨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최근에는 눈 오는 것을 어른만큼이나 귀찮아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A.정말 아이들이 눈을 싫어할까? 전혀 아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눈을 좋아한다. 친구들과 눈싸움 하기를 좋아하고 눈밭에 구르기를 좋아한다. 자기와 꼭 닮은 눈사람을 만들어놓고 깔깔대고 온몸이 다 젖어도 그저 좋다. 두 볼과 손이 꽁꽁 얼어도 더 놀자고 한다. 다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어른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아이들은 처음부터 그렇게 놀 줄 모르고 자라고 있는 것 같다. 눈이 오는 바깥은 춥고 위험하고 옷도 다 버리게 만드는 곳이니 아예 나가지 말고 따뜻한 곳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게임을 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하는 어른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는 비싼 돈을 들여 일부러 스키캠프를 가고 눈썰매장에 가서 놀게 하고 있다. 인공으로 다듬어진 눈밭과 하늘에서 이제 막 떨어지는 눈으로 쌓이고 있는 눈밭. 아이들의 감성에 어떻게 다른 영향을 줄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냉방기로, 난방기로 만들어진 적정온도에 길들여져 조금이라도 더 덥거나 추운 기온에 적응을 못 한다. 사철 바람의 변화는 고사하고 자연이 만들어낸 바람을 만날 기회조차 드물다. 날씨가 궁금해 하늘을 쳐다보지도, 밤하늘을 보며 내일 날씨를 짐작해보는 건 아예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어도 자동차로 집, 학교, 학원을 오가니 고스란히 날씨를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일부러 만들지 않으면 거의 없다. 그러니 천천히 바뀌지만 날마다 다른 자연을 느낄 수가 없다. 이것은 ‘천천히’ 변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의 특징과도 연관이 없지 않다.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과 같이 빠르고 강하게 바뀌는 정보와 자극에는 즉각 반응하지만 현실세계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을 안 하는 ‘팝콘브레인’ 현상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연의 변화는 물론 사람과의 관계 등 현실의 대부분의 변화는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감각이 무디어 지고 있다. 꾸준히 노력하고 또 실패도 하면서 천천히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성형수술이나, 족집게 과외, 속도 빠른 검색 등과 같이 단번에 결과가 나오는 것만 알아차리게 되면 어떻게 될까?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만 알아차릴 수 있는 상대방의 마음과 감정을 읽어내지 못하니 내 마음의 표현은 또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점점 더 즉각적이고 강한 자극에만 반응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더 편하고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엄청난 시간과 돈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아이들에게 자연의 변화 속에서 더 큰 지혜를 깨달을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닐까? 느리게 자라고 있는 자신의 성장을 스스로조차도 기다려주지 못하고 쉽게 자괴감에 빠지게 하는 건 아닐까?

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느끼게 하자. 그래야 그 시린 겨울을 견뎌내고 자신의 싹을 움틔우는 나무의 힘을 보고 감동할 수 있다. 눈 덮힌 마을의 고요함을 느끼게 하자. 그래야 혹독한 겨울 속이라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심 조심 눈길을 같이 걸어보자. 그래야 아무도 몰래 눈을 치워주는 고마운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변화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오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자.

오은경 선생님은 경북 울진에서 16년째 교직에 재직 중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와 갓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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