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시행하면서 6개월 지정에 ‘입김 작용’
동등성 협정 체결 전까지 ‘시간벌기’ 의혹 고조
TPP 조건으로 유기농인증시스템 거론 ‘미심쩍’

올 1월부터 유기가공식품에 대한 미국과의 동등성 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미국 눈치보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2014년 1월부터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했지만,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6월 30일까지 계도기간을 마련했다는 미국 내 여론 때문이다.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미국유기협회(The Organic Trade Association, 이하 OTA)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미국 눈치보기’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OTA는 보도자료에서 “한국 정부가 2014년 1월 1일부터 인증제를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6월까지 계도기간이 설정됐다. 이런 결과를 도출한 미국 무역대표부 등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6개월의 계도기간은 미국 유기농산업 발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증제 시행과 관련, 6월말까지 계도기간이 설정되면서 미국의 유기가공식품은 국내 인증절차 없이 기존의 방식대로 수입·유 통이 가능한 상황이다. 친환경농업계 관계자는 “OTA 보도자료를 보면 사실상 우리 정부가 미국 측의 요청으로 계도기간을 설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실제로 미국의 상원의원 다수가 안호영 주미대사에게 동등성 협정 체결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미국 농무부(USDA) 유기농인증을 획득한 제품에 대해선 인증제 유예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OTA는 보도자료에서 동등성 협정이 6월 30일부터 실시된다고 밝히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과의 동등성 협정 체결이 이미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소지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동등성 협정에 있어서도 미국 측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다수의 국내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미 FTA를 주도했던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 대표보가 미국 현지에서 열린 ‘한국의 TPP 참여’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한국의 TPP 참여 조건으로 한·미 FTA의 충실한 이행을 주장하며 유기가공식품의 인증시스템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OTA 보도자료가 사실무근임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정부기관도 아닌 OTA의 보도자료에 대해 무조건 신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전제한 뒤 “계도기간은 미국 측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내 사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한국식품연구원을 통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유기가공식품을 조사한 결과 40% 정도가 인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인증제를 바로 시행할 경우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어 홍보를 위한 계도기간을 설정했다는 설명이다. TPP관련 의혹에 대해선 “미국 측의 요구가 있는 것은 맞지만, 무조건적으로 받아 줄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우리는 유기가공식품 수입국이다. 수입국 지위를 누리는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등성’이란 특정국가에서 유기인증을 받은 유기가공식품에 대해 국내에서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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