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학교급식 포기…친환경농가 판로 빼앗아”

지난 17일 개최된 친환경학교급식의 확대를 위한 토론회(서울시를 중심으로)에서 윤주이 본보 사장(가운데)을 좌장으로 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 이용 못하게 되면서 ‘안전성 검사 부실화’ 불가피
과잉정치화로 ‘예산 싸움·정치적 수단 변질’…담당주체 이원화도 문제

지난 17일 국회 김춘진(민주당), 이인제, 윤명희(이상 새누리당), 김선동(통합진보당)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친환경학교급식의 확대를 위한 토론회(서울시를 중심으로)’에선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에 대한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윤주이 본보 사장을 좌장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이구석 서울시청 교육격차해소과장은 “서울시교육청이 단독으로 마련한 이번 개선방안은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민간 급식업체와 동일시하고 있는데, 이는 120만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급식을 포기하고 민간업체의 이익을 담보해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서울시교육청의 개선방안에 따라 수의계약 범위가 조정되면 2013년 9월 기준 구매금액이 1000만원 이상인 학교에선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고, ‘산지 식재료 사전검사’와 ‘센터 자체 식재료 품질관리 및 안전성 검사’ 등 이중삼중의 안전성 검사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보건진흥원에 농산물 잔류농약 검사실을 설치해 연 3회 이상 총 3800건의 농산물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할 방침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수치적으로 보면 급식을 실시하는 총 938개교를 대상으로 1개교 당 연간 4회 정도의 샘플링 수준의 검사에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무엇보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개선방안이 시행되면 친환경농민들의 판로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 과장은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산지에서부터 안전성이 확보되고, 친환경농산물 생산 활성화를 위해 2012년 10월 9개 광역 자치단체와 공급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9월부터 각 지자체별로 1개의 친환경농산물 공급업체를 선정해 학교급식에 시범공급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는 학교 수가 50% 이상 줄고, 친환경 식재료 사용비율마저 하향 조정되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의 생산의욕이 완전히 꺾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기준 서울의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소요량은 전체 생산량의 2.9%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흥주 원광대학교 보건복지학부 교수는 친환경학교급식의 ‘과잉정치화’ 문제를 꼬집었다. 사회적으로 충분한 합의 없이 친환경학교급식 관련 제도가 먼저 시행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이번 논란의 본질은 과잉정치화로 볼 수 있는데, 친환경학교급식이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예산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며 “가치와 철학, 윤리의 문제부터 풀어나가지 않으면 학교급식 논란은 해결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교수는 친환경학교급식과 관련된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며, 개선방안 모색을 제안했다. 그는 “학교급식 담당 주체가 행정자치(서울시)와 교육자치(서울시교육청)로 나눠져 있는데, 이 같은 이원화된 구조 속에선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상당히 힘들다”며 “다만 세계적인 흐름은 행정자치가 급식을 담당하는데, 이유는 지역의 생산자와 학부모 등을 모두 포괄하기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행정자치가 급식을 책임지고 시행해야 공공조달의 의미를 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기노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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