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벌써 송년 모임으로 나라가 술렁인다. 인간관계의 과시욕장과도 같다. 나도 이에 뒤질세라 뜻있는 모임인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의 출판기념식에 다녀왔다. 해마다 2월에 있었던 행사가 올해는 사정에 의해 12월에 치르게 됐다. 흙과 글을 사랑하는 촌부들의 모임으로 꽤 오랫동안 이어져온 끈끈한 모임이다. 그 옛날, 며느리의 외출이 늘 마뜩찮았던 시어머니마저도 이 모임 만큼은 무사통과를 해 주실 정도였다.
낯선 곳에서 그리운 이들과 함께 여유를 즐기는 일상의 탈출. TV의 인기 프로인 1박 2일의 진행자들처럼, 손가락을 펴 큰소리로 “1박2일”을 외치면서 대전으로 향한다.
세월은 참 빠르기도 하다. 문학세미나와 출판기념회로 전국모임을 가진지도 벌써 2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오랫동안 각별한 정을 주고받다 보니 이제는 모두가 친동기간이나 다름이 없다. 반년만의 만남이다. 참 반갑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며느리 입장에서 시어머니로 인해 쌓인 불만을 언어문학이라는 핑계로 밤새워 토로했었는데, 어느새 며느리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구세대가 돼 있으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여름 모임 때는 특별히 다문화가족을 참여시켜 소외된 그들을 보듬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들이 우리의 진정한 친구고 이웃임을 알게도 했었다.
여행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먹는 즐거움 일터. 우선 허기진 배부터 채워야 했다.
“와! 세상에.”
순식간에 차려진 훌륭한 저녁상에 모두 놀라며 한순간 소요가 일었다. 임금님의 수라상이 이보다 더 할까 보냐. 그야말로 팔도음식 경연장이다. 어리굴젓·잡채·김부각·호박·부침·버섯볶음·상추·고기·떡·과일 등 직접 가꾼 재료로 만든 친환경 음식들이다. 먼 길 떠나오는 그 바쁜 와중에도 손수 음식을 장만한 회원들의 정성에 감탄과 감사를 보내며 여행에 또 다른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그중에서도 경남 문우가 해온 바삭하고 고소한 김부각은 이번에도 인기 최고였다. 일 잘하는 사람이 음식도 잘하는지 음식솜씨가 모두 수준급이다. 이 모임은 늘 우리들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해마다 이모임으로 인해 마음의 치유를 얻는 기분이다. 때가 되면 진수성찬이 차려지고, 쾌적한 잠자리 제공까지 그야말로 귀빈 대우다.
잘 익은 포도주와 문학이 함께 어우러져 送年(송년)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참 행복한 밤이다.
두릉댁 이상분(54) 씨는 평택시 고덕면 두릉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업인으로 현재 농어촌여성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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