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국회 통과 ‘시간문제’ 낙관
귀농귀촌 포기 이유 꼼꼼히 따져야
담당 공무원 사망 안타까워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조성


질풍노도 같은 2013년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한해 국내 귀농귀촌에는 많은 변화와 시행착오가 있었다. 11월 말부터 12월 초순까지 몇몇 귀농전문가와 행정을 만나 올해의 귀농귀촌 5대 뉴스를 정해 봤다.

1위는 귀농귀촌법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운룡 국회의원의 주도로 귀농귀촌법이 지난 6월 입법 상정되고 농림위에 계류돼 있다고 한다. 법 통과는 시간 문제라고 낙관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 법의 특성에 대해 이운룡 의원은 “귀농 후 최대 3년까지 소득을 보전해주는 등 귀농민을 지원하기 위한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이 법안이 신설되면 귀농어업인과 귀촌인이 3년 내 일정수준 이상의 소득을 얻기 어려운 경우, 소득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제도 마련을 위해 종합계획이 5년마다 수립되며 시도·시군구에 귀농어·귀촌 지원위원회가 생긴다. 이와 관련한 종합정보시스템 설치, 교육훈련을 위한 종합지원센터 설립 내용도 담겨있어 귀농귀촌에 대전환을 이룰 전망이다.

2위는 귀농현장지원 실습비용이 일본의 1/20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귀농귀촌 교육 후 농촌에 정착한 귀농인을 대상으로 현장지원실습사업을 농촌진흥청 주관으로 시행한다. 한 해 약 560명에게 5개월 동안 월 80만원을 지원해 농업과 농촌을 배우게 하는 제도이다. 일본의 경우 농업에 취업하는 45세 이하 연간 1만명의 예산을 세워 지원하고 있다. 원하는 모든 귀농귀촌인들에게 월 12.5만엔(160만원), 연간 150만엔(약 2천만원) 최대 7년간 1050만엔(약 1억4천만원)을 지급하는 농부월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제도의 양과 질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정부 예산당국은 뭔가 부족해도 한참 모자란다는 느낌이다. 사실 귀농귀촌의 열기는 우리가 일본보다 2~3배는 더 높다. 언론의 노출 횟수와 여러 가지 체계도 일본보다 우월하다. 일본은 우리보다 교육이나 정보제공이 열악하다. 하지만 현장에 들어가 귀농귀촌인들이 농촌에서 살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준다는 데는 100배 잘하고 있다. 돈 조금 쓰고 생색내는 정부가 아니라 귀농귀촌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부가 바람직하다. 일본은 인구 규모로는 대한민국의 2.4배, 1인당 국민소득 규모로는 2.06배이다. 하지만 어림잡아 귀농귀촌예산을 현장지원과 정착비용 측면에서만 본다면 일본의 5% 수준에도 못 미친다.

3위는 귀농귀촌 준비과정에서 33%가 귀농을 포기한다. 귀농귀촌을 준비한다면서 무엇 때문에 단념하는 것인가.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보자. 정부의 귀농귀촌종합센터는 2013년 1월 2일부터 11월 30일까지 총 1만1799건의 상담을 했다. 이중에서 센터와 여러 차례 전화 통화한 귀농예정자를 대상으로 인터뷰한 924명중 305명인 33%가 귀농을 포기했다고 한다. 반대로 귀농한 사람은 139명 15%, 대부분은 귀농준비를 더한다고 대답한 것이 434명 47%이다.

정부는 도시에서 대안이 없어서 농촌으로 내려가려는 사람들이 무엇이 부족해 망설이는지를 파악하고 지원해야 한다. 실제 후일담을 들어보니 경제적인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려고 보니 뭐든지 돈이 든다는 말이다. 정부는 돈 없는 사람들도 귀농귀촌생활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 물론 당사자도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4위는 한 공무원의 죽음이다. 전남 장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귀촌 업무를 담당하던 김봉정(50·여) 계장이 지난 9월 업무 중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김계장은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교육원 은퇴예정공무원 현장실습교육과정’을 진행하다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다. 귀농귀촌 공무원들을 보면 농촌에서도 가장 열악한 한직에서 근무한다. 업무와 귀농상담에 늘 고달프다. 평균 근무기간 0.8년이 그것을 증명한다. 김봉정 계장이 죽으면서 무엇을 생각했겠는가. 김 계장은 생전에 필자에게 말했었다. “귀농귀촌은 나라사랑이고, 농촌활성화 길입니다”라고. 공무원의 죽음을 보면 귀농귀촌 조직과 예산, 처우개선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위는 귀농귀촌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조성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초보 귀농귀촌 가구의 조기 정착을 위해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2013년도부터 매년 두 개소씩 지원한다. 이곳은 귀농 희망자가 1~2년 가족과 함께 머물면서 농촌을 이해하고 이곳에 적응하며 창업과정을 실습하는 곳이다. 필자가 2012년 2월에 제안한 것을 농식품부가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매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예산 80억원을 들여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두 곳씩 만든다. 2013년도 예산으로 만든 영주와 제천은 2014년 초에 첫 입소자를 각각 30가구씩 모집한다.

귀농귀촌은 은퇴 이후 경제자립과 도시와 농촌을 융합해 행복한 인생 후반부를 설계하는 지름길이다. 정부가 좀 더 국민의 입장에서 계획한다면 많은 국민들이 웃으면서 농촌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민에게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진짜 먹거리를 공급하는 숭고한 사명을 귀농귀촌인들이 맡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건강과 봉사, 행복을 찾으면서 일자리도 새롭게 창조하는 귀농귀촌이 될 것이다.

유상오 원장은 국내 귀농·귀촌 컨설턴트 1호로 현재 한국 귀농귀촌진흥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귀촌창업 부자들·’‘은퇴하면 뭐 먹고살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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