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제조가공업 등록 힘겨운 소규모 농가 처지 악용 식파라치 ‘기승’
‘6차 산업화 장려’ 정부 정책기조와도 어긋…농민단체, 제도개선 촉구


농민이 직접 콩을 재배해 이를 청국장으로 만들어 시장이나 관광객들에게 판매하면 정부가 추구하는 6차 산업화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식품위생법상엔 이렇게 소규모로 제조·가공하는 경우에도 독립된 작업장 등 시설을 구비해 식품제조가공업 등록을 하지 않으면 과태료 등 제재를 받게 된다. 물론 지자체 등 감독기관에선 이를 대부분 묵인하고 있지만 소위 식파라치에겐 표적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를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규모 가공까지 등록하라는 건 무리수=농민들이 소규모로 가공하는 행위까지 식품제조가공업으로 등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된장이나 청국장 등 전통식품의 경우 특별한 공장식 설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장류업계에선 공장식 설비가 고유의 전통 재래 장 산업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분쇄·절단도 사정은 같다. 식품위생법상엔 분쇄나 절단 역시 가공업 등록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 분쇄·절단은 농산물을 비교적 쉽게 팔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기에 이를 가공업 등록으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농가들의 판로를 제한하는 처사라는 게 현장 농가들의 목소리다.

정부 정책과의 엇박자도 문제점으로 부각된다. 정부에선 농가들의 가공 산업 진입을 유도하고, 농촌체험활동 등에도 가공식품 만들기를 장려하고 있지만 현 제도는 이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추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식품위생법상 시행령에 식파라치한테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예외조항이 정해져 있기에 여기에 자가 농산물로 제조·가공하는 경우도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농민단체도 식품위생법 시행령 개정 촉구=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지난달 26일 ‘농산물 소규모가공 활성화를 위한 식품위생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다.

한농연은 “농외소득 창출을 위한 농산물 제조·가공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악용한 식파라치들의 난립으로 농산물 자가 생산·가공·판매농가 등의 피해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농연은 “식품위생법이 농가소득 창출 및 농산물 제조·가공 농가 위축과 식파라치의 노림수로 작용하는 것은 당초 법 도입 목적을 벗어난 것”이라며 “식품위생법 시행령에 따른 부정불량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등 신고 포상금 지급에 관한 규정 지급대상에 농업인이 자가 재배한 농산물로 제조·가공·판매하는 행위를 무등록영업으로 신고한 경우는 포상금 지급 예외 규정으로 추가해 농산물 가공·판매 활성화에 부합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농연은 이어 “농산물 제조·가공은 농가소득 창출이라는 1차적인 목표는 물론 농업 부가가치 증대, 지역이미지 제고 등 다양한 농관련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농업의 생산·제조·가공을 통한 6차 산업화가 정부의 농업정책 기조인데 반해 현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한농연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정기조인 농업의 6차 산업화 방안을 충분히 감안해 신고규정으로 인해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목을 잡히지 않도록 노력해 주길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식파라치란? ‘음식(食)’과 ‘파파라치(paparazzi)’의 합성어로 불량식품, 이물질이 들어간 식품,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등을 찾아내고, 이를 신고해 포상금을 타는 이들을 말한다.
김경욱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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