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다” 무분별하게 먹다간 ‘만성 피로’

한약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보약’을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먹을거리, 그 중에서도 보양식에 아주 관심이 많다.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수시로 받는 질문 중 대부분은 “OO는 어디에 좋아요?”, “OO를 해 먹으려 하는데 어떻게 해 먹는 것이 좋나요?”, “시중에서 녹용을 구입했는데 어떻게 먹어야 하나요?”하는 것들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시중에 온갖 건강 보조 식품과 비타민제·영양제 등이 넘쳐나고, 그에 대한 광고가 홍수를 이룬다. 먹기만 하면 몸에 좋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주고, 여기저기서 권하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복용 중이다. 아직도 동네 한의원을 찾는 많은 환자들, 특히 한약을 복용하고 싶은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 또한 보약이다. 대개 만성 피로를 호소하며, 피로가 몸이 약해서 또는 체력이 달려서 풀리지 않는 거라 생각하고 체력을 보강할 수 있는 보약을 원하는 환자들이 많다.

앞에서 말했듯이 요즘은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로, 옛날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과는 많이 다르다.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예전의 경우는 영양상태가 떨어지는 것이 우리 몸의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에, 보약이라는 개념이 특별한 것이 아니고 치료약의 개념과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워낙 잘 먹어서, 또 예전과 달리 육체적인 피로와 스트레스보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질환이 훨씬 많다. 피로 역시 이와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예전과 동일한 보약의 개념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다르게 만성 피로에 대처해야 한다.

만성 피로의 가장 큰 원인은 피로 회복이 느리게 되는 것이다. 그 중 일 순위는 무분별한 건기식, 영양제 등의 남용과 약물 남용이다. 우리가 섭취한 모든 음식은 모두 간에서 대사를 거쳐 분해해 배설되는데, 자연 식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공 식품·정제 식품·약물(건기식 등을 포함) 등은 간에서 대사를 시킬 때 필연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약물이 그 중 가장 치명적이며, 따라서 필수 약물을 제외하고 모든 약물은 반드시 끊거나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영양 과잉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대부분의 건기식이나 영양제·보조제 등은 광고처럼 우리 몸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위장관계, 간 대사계에 많은 부담을 줘서 오히려 피로를 더 가중시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대부분 사람들에게 필요하지 않다. 특히나 약물을 2~3가지 이상 복용하고 있는 경우 이미 간에서 이들 약물을 대사하는데 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기타 보조적인 영양제·건기식 등은 대부분 끊는 것이 오히려 몸에 부담을 줄여준다.

한약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만성 피로를 목적으로 한약을 투여할 때는 예전과 달리 보약이 아닌 혈액순환 개선제, 우리 몸의 독소를 청소하는 정장제, 이뇨제 등을 적절히 써야 할 경우가 많다. 몸을 깨끗이 청소해 몸의 과잉 영양 상태를 개선하고, 혈액 순환을 가볍게 해 결과적으로 몸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 요즘 시대의 보약이 아닐는지. 특히 한약의 장점은 자연 식품 그대로인 약재들을 적절히 잘 조합해 처방하므로, 가공된 여타 제품들과 달리 우리 몸에 큰 무리 없이 작용해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다.

일상생활 관리 중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과식, 특히 저녁부터 밤늦게 먹는 습관이다. 위장관에 음식물이 차 있는 상태로 잠을 자게 되면 이 음식물을 처리하기 위해 밤에도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고, 그 결과 피로는 더욱 가중되기 때문이다. 반드시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속을 비우고 가볍게 한 상태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피로가 잘 안 풀린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현재 먹고 있는 것, 약물, 습관, 스트레스 등을 꼼꼼히 따져서 적절한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무분별하게 몸에 좋다고 먹는 여러 가지 것들이 오히려 만성 피로의 주범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지하고, 이런 것들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것이 이 시대의 보약이 아닐까 생각한다.

임승현 원장은 대전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 서안성한의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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