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에 있어서 58년 개띠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교실이 부족해 2부제, 3부제 수업을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무시험과 학군추첨제, 대학졸업 사정제를 거쳤다.

58년 개띠는 한국경제에도 많은 기여와 영향을 미쳤다. 소수정예제에서 양적 팽창을 가져온 최초의 세대이기에 이전 세대들과는 차별화된다. 보릿고개를 경험했으면서도 쌀 자급과 마이카를 동시에 경험한 세대다. 또 군사독재와 민주화를 청년기에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58년 개띠는 IMF시기에는 중견관리자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시절에는 회사의 대표 혹은 최상부에서 활동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베이비부머로 상징되는 58년 개띠들의 활약으로 무사히 넘겼다.

2013년 만 55세가 된 이들이 민간기업에서 정년이 됐다. 하지만 상황판단 능력이 뛰어난 58년 개띠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본격적인 귀농귀촌 트랜드를 선점하지 않았다. 이들은 분명 도시창업과 자영업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58년생들은 농촌을 전적으로 택하지도 않았다. 이들은 지금 관망을 하고 있다.

실제적인 예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귀농귀촌을 하는 고창과 상주, 대표적인 귀농귀촌 성공사례지역으로 꼽히는 강진 등을 비교해 보자. 2012년 1월부터 9월까지와 2013년 같은 시기를 놓고 보면 과거 추세치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 2012년도 고창(1255명), 상주(682명), 강진(172명)에서 2013년에는 고창(1319명), 상주(692명), 강진(139명)으로 고창과 상주는 5.1%, 1.5%로 각각 늘어난 반면 강진은 20%나 감소했다. 2012년 통계청과 농식품부 통계에 의하면 귀농귀촌 총수는 2만7008가구, 4만7322명으로 2013년에도 이와 유사한 통계치가 나올 전망이다.

그렇다면 2010년부터 매년 2배씩 증가한 귀농귀촌인의 성장이 왜 2013년에는 정체로 변화했을까. 전문가들은 4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하나는 지난 정권에서 과도하게 귀농귀촌을 정책적으로 활용했으며, 그에 따른 거품이 현 정부 들어서 꺼지고 있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는 견해다. 둘째, 농촌으로 들어간 귀농귀촌인들이 막연한 환상만으로 추진한 귀농귀촌이 현실의 벽에 막혀 있음을 깨달았다. 즉, 귀농귀촌이 경제적 대안으로 자리잡기에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다는 말이다. 셋째, 귀농귀촌인의 증가로 지역의 전답·대지 등 지가상승과 빈집구하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경제적 부담에서 탈출하기 위해 내려가는 농촌에서 생활하기가 녹록치 않는 점도 작용했다. 넷째, 귀농귀촌인들의 증가로 지역사회의 불협화음과 함께 주민 갈등이 야기되기 시작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귀농귀촌을 억제하는 시책을 보이지 않게 유도하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2013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귀농귀촌박람회가 성황을 이루지 못하고 최악의 행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귀농귀촌 관계자들 입에서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주무기관인 농정원은 곤혹스럽겠지만 합리적인 평가와 대안마련이 없다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고 이에 따른 결과는 국민의 혈세낭비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귀농귀촌의 정체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막연한 귀농귀촌, 낭만적인 귀농귀촌,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귀농귀촌의 시대는 끝났음을 알린다. 준비된 귀농귀촌, 합리적인 귀농귀촌, 자신의 적성에 적합한 눈높이 귀농귀촌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반증이다. 성급한 귀농귀촌에서 계획된 귀농귀촌으로 변화하려는 양상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귀농 전단계의 자부담 유무가 쟁점이다. 같은 농식품부자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에는 농정원의 귀농귀촌 민간공모교육과 지자체의 도시민유치지원사업 안에 교육사업이 있다. 귀농귀촌민간공모사업은 전체교육비 중 자부담비율이 30%이고 지자체 귀농투어 교육은 대부분 무료이다. 교육의 품질이나 내용은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무료와 유료의 차이로 지자체교육으로 몰리는 기현상이 2013년에 나타났다. 천안연암대를 제외한 전국농업기술센터, 농촌으로 가는 길, 그린코리아컨설팅 등 대부분의 교육기관이 교육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문제의 대안으로 자부담 동일적용이나 지자체투어를 전체 100시간 중 10%만 인정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두번째, 귀농귀촌정보제공이 귀농귀촌 정책중심에서 다양한 생활·문화·노후·농업 등 농촌에서 맛보는 삶의 활력 중심으로 변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겠다. 또 수원에 있는 귀농귀촌종합센터의 위치가 서울 등 대도시 중심으로 이전해 도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상담할 수 있는 귀농귀촌 안내와 홍보센터의 역할로 자리매김해야 하겠다.

세번째, 귀농귀촌교육은 귀농 전단계, 귀농 후단계교육과 귀농귀촌인 현장실습으로 마감돼 있다. 하지만 교육받고 실습한 다음에는 반드시 훈련하고 평가하며 귀농귀촌 컨설팅과 농업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현장지원실습 이후는 귀농귀촌인들에게 어떤 과정도 준재하지 않는다. 귀농귀촌은 농촌활력과 지역활성화의 꽃이다.

또 6차산업을 도약시킬 후계 인력군이 농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이다. 귀농귀촌인은 도시에서 다양한 전문성과 농촌생활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이들을 활용한 일자리 창조와 자조적 복지는 농촌을 살리는 대안이기도 하다.

정부의 전향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유상오 원장은 국내 귀농·귀촌 컨설턴트 1호로 현재 한국 귀농귀촌진흥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귀촌창업 부자들·’‘은퇴하면 뭐 먹고살래’ 등이 있다.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