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율 30~40%로 증가, 과도한 밀식에 질병 창궐 ‘비상’
kg당 8~10마리 대복 출하 2007년 10%→작년 2%로 뚝
가두리 1칸 어가수익 10만원 안돼…산업 전면개편 시급

지난 10년간 급성장세를 보인 전복 양식업이 폐사와 자연재해로 구조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전복 양식산업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복 양식산업은 2001년 생산량이 29톤에 불과했지만 2012년 6564톤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2000년대 초반 이후 가두리 양식법이 보급되면서부터다. 가두리 양식법의 기술이 확산되고 미역, 다시마 등 풍부한 먹이 생산능력 보유도 전복 생산량 증가에 한 몫을 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2011년 세계 전복 양식량의 8%를 점하고 있으며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전복 양식국가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수출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2003년 21톤이던 수출 물량이 2012년에는 1333톤으로 증가했다. 주요 수출시장은 일본으로 일본 활전복 시장의 85%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이같은 수치가 보여주듯이 전복 양식산업은 국내 수산업의 핵심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정부도 전복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10대 전략 양식품목으로 선정하는 등 전복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성장세를 이어오던 전복 양식산업이 최근 위기를 맞았다.

가파른 생산성 증가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실제로 2012년 전복 생산량 증가세는 2011년에 비해 되레 3.2%가 감소했다. 이러한 생산량 증가세의 둔화 및 감소는 높은 폐사율이 원인이다.

전복의 폐사율은 2003년 5~10% 가량으로 추정되지만 올해는 30~40%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국 평균 수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50%가 넘는 폐사율을 보이는 곳도 적지 않다.

여기에 태풍 등 자연재해도 전복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연이은 태풍으로 직격탄을 맞은 전남 전복 양식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높은 폐사율과 자연재해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다 보니 전복의 출하구조도 바뀌고 있다.

그동안 출하의 주를 이뤘던 kg당 8~10마리 정도인 대복의 출하비율이 2007년 기준 10.1%에서 지난해에는 2.2%까지 줄었다. 대신 kg당 20마리 이상의 출하비율은 같은 기간 7.9%에서 40.4%로 크게 늘었다. 업계에서는 kg당 30~40마리까지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지역의 한 전복 양식 어민은 “1kg에 30~40마리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시장이 무너졌다는 얘기”라며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전복 양식산업은 그만큼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전복 양식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폐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수출지향적인 정책 일변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복 양식 어민들에 따르면 현재 그물 값, 인건비, 다시마 등 먹이비용이 모두 올랐지만 폐사율이 심각해 전복 가두리 1칸에 10만원도 벌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과도한 밀식으로 질병이 창궐하다 보니 생산을 해도 전복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출하를 해도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수출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재 밀식이 심각한 양식 지역을 분산시키는 데에 정부와 연구기관, 특히 전복 양식 어민들이 마음을 열어 놓고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는 전복을 직접 생산하는 양식 어민들 스스로가 밀식에 대해 숨김없이 얘기를 해야 정부나 연구기관에서도 이를 토대로 정확한 문제를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 지역의 또 다른 전복 양식 어민은 “밀식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어민들에게 있다는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도 수출 일변도의 정책 보다는 전복산업이 갖고 있는 문제, 이를테면 폐사율을 낮추거나 우량 종묘 생산 등 내실을 다지는 정책이 우선된 후에 수출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의 생산 구조로는 내수와 수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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